예수님의 탄식

<교회력에 따른 말씀묵상>

누가복음 9장 40-42절: “당신의 제자들에게 (내 아들의 간질병을)내어 쫓아 주기를 구하였으나 저희가 능히 못하더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너희를 참으리요 네 아들을 이리로 데리고 오라 하시니, 올 때에 귀신이 거꾸러뜨리고 심한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지라..”(개역개정)

제가 군 입대를 앞두고 제 부모님이 사시던 청주에 며칠 가 있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쌀독에 쌀이 떨어져서, 어머니는 먼 쌀가게를 저와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따라가서 쌀 한 말을 어깨에 메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너무 작은 자루에 쌀을 넣어서 그랬는지 길에서 그만 쌀을 모두 길바닥에 흘려 쏟고 말았습니다. 저나 어머니나 몹씨 당황했습니다. 땅 바닥이 흙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멍청아” 하고 꾸짖기라도 해 주셨으면… 어떻든 그날의 어머니의 탄식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간질병 걸린 아이 하나를 에워싸고 병을 고쳐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도저히 경련을 일으킨 아이는 낫지를 않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병 잘 고친다는 예수의 소문은 듣고 찾아 왔는데, 정작 예수 선생은 어디 가고, 그의 제자들 만이 남아서 자기 아들의 병을 못 고치고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헛소문이었구만” 하며 앉아 있었습니다. 이때 주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아이 아버지는 곧장 예수님께 불평 어린 고자질을 합니다. “당신 제자들은 내 아이의 병을 못 고치더군요.” 이 때였습니다.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너희를 참으리요!” 예수님의 신경질적인(?) 질타셨습니다.

주님은 두 가지 일에 쫓기고 계셨습니다. 하나는 유월절을 기해서 주님을 잡아 죽이려는 권세자들의 흉계에 목숨을 맡겨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는 죽음을 죽어야 한다는 끔찍한 사명이 앞에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믿음으로 구원 받는 길’, 즉 복음을 세상에 전할 ‘믿음의 씨알’들을 확실히 훈련하시는 일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을 위해서 예수님은 세상에 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운명의 시간은 급하게 다가오고 있는데, 믿음 훈련은 아직 한참 미흡한 상태에 있는 현장을 보셨기 때문에, 이토록 왕짜증을 내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제자들 만이 아니고, 간질병 든 아이의 아버지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의 믿음의 현실을 보시며 크게 탄식하셨습니다.

오늘도 믿음 없이 세상을 떠돌고 있는 저를 보시며, 같은 모양으로 장탄식을 하시지 않을지 두렵습니다. “이 믿음이 없고 패역한 ‘대용이’(제 이름) 이 녀석아, 내가 얼마나 너를 참고 기다려 줘야 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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