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가고 싶은 패키지투어

<교회력에 따른 말씀묵상>

신명기 34장 1, 4절 : 모세가 모압 광야에서 예리고 맞은편에 있는 느보산 비스가 봉우리에 오르자, 야훼께서 그에게 온 땅을 보여 주셨다… 야훼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내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들의 후손에게 주겠다고 한 땅이다. 이렇게 너의 눈으로 보게는 해 준다마는, 너는 저리로 건너 가지 못한다.”(공동번역)

성지순례를 다녀 온 친구 이요한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럽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느보산에 올라가서, 모세가 눈아래 바라보던 가나안의 산악들과 벌판을 보면서 모세의 심경을 느껴봤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부럽던지요. 40년에 걸쳐 이스라엘 백성을 인솔해서 가까스로 거기까지 왔는데, 모세를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시는 하느님의 심경도 슬프셨겠지만, 당사자인 모세는 오죽했겠는가 말입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어떤 일과가 있는지, 저는 아직 가 보지 못해서 모릅니다. 해도 없고 달도 없다고 하니까(묵시록21:23), 밤과 낮으로 하루, 이틀 날을 셀 일도 없겠지마는, 어떻든 소일할 일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일단 관광프로그램을 신청해 볼 계획입니다. 21세기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성서시대의 성지를 현장-현지시각으로 보고 싶은 것입니다.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가령 야곱의 열 두 형제가 이집트 땅에서 만나 화해하는 장면을 그 당시로 돌아가서 보고 싶고, 모세가 홍해를 향하여 팔을 뻗칠 때 홍해가 갈라지던 광경을 그 당시로 돌아가서 보고 싶고, 주님께서 부활하시던 날 무덤문을 열고 나오시는 장면을, 그 역사적인 날의 이른 새벽으로 돌아가서 보고 싶은 겁니다.

인간이 머지 않아서, 3차원 입체와, 4차원 현장을 재생할 수 있게 될 터인데, 하느님의 나라가 역사의 재생을 못한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있게 제 처에게도 “하늘나라만 갈 수 있도록 합시다. 그러면 성지순례는 주님이 시켜 주실 겁니다. 그것도 현지시각으로 당시의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해 주실 겁니다.” 이렇게 호언장담을 하면서 무엇을 보고 싶은가고 물었더니, 자기는 성지순례보다 더 보고 싶은 것이, 자기 어렸을 적에 거제도 피난 가서 살 때, 친구들과 어울려 산으로 가서 뛰놀고 바닷가로 가서 조개 주으며 지내던 때를 돌아가서 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기껏 역사 속으로 여행시켜 준다는데, 고작 거제도에서 조개 줍던 시절을 보여 주면 좋겠다는 제 아내의 소박한 꿈을 저는 도저히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토록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아내가 부럽기도 합니다.

<기도> 주님, 하늘 나라에 먼저 간 모세에게도 가나안의 골짜기마다 샅샅이 보고 다닐 기회를 나중에 주셨겠지요? 제게는 70년 전 평양거리를 다시 보여 주시고, 정답던 동네친구 영철이와 덕원이를 다시 만날 기회도 주시기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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