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인 저는 불행합니다

마태복음 5장 3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공동번역)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저는 서른 네 살 때부터 45년을 설교자로 살았습니다. 설교를 참 많이 했습니다. 모두 1만 번 가까이는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주 나쁜 습관이 생겼는데, 성경독서를 하고 있자면, 뭔가 마음에 이 말씀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구절이 나올 때에는, 제 자신이 이 말씀을 명심하면서 회개하고 변화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아, 이 말씀은 누구에게 해 줘야 될 말씀이다.” 또는 “아, 이 말씀은 어디 가서 해야겠다.” 이것이 제 습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설교자로 사는 동안에 저 자신은 이런 불쌍한 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누구입니까? 가르치는 사람보다 배우려는 사람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일 것이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보다 순종하는 편에 서는 사람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일 것입니다. 지금 배우려는 사람이나, 지금 순종하려는 사람은 ‘나중에 복될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지금 TV에는 기독교계의 방송이 모두 여섯 개가 있습니다. 제 아내는 그 방송 채널들에 자주 다이얼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서, 제가 다이얼을 바꿀 수 있을 때에는, 대부분 기독교 방송이 아닌 다른 방송으로 바꿉니다. 그것은 기독교 방송들이 흔히 설교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교자들은 다른 사람의 설교를 듣기 싫어하는가요” 이렇게 제 아내가 묻는 때가 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하고 그저 우물대고 맙니다. 남의 설교를 들으면서, 제가 변화 받으려는 생각이나, 같은 설교자로서 한 수 배우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이지요. 제가 봐도 제가 참 교만합니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 옛날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흉볼 것 없이, 오늘 제 자신을 질책하면서 변화를 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도> 주님, 오늘 말씀을 통하여 제 자신이 변화받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옵소서. 겸손히 말씀 앞에 거꾸러지기를 바랍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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