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내 운명에 대처하기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16장 8절: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공동번역)

저는 어렸을 적에 부산서 살았습니다. 1953년 말에, 부산대화재가 있었습니다. 저는 화재지역의 주변인 대청동에 살았습니다. 한밤 중에 어서 일어나라고 깨우시는 어머니의 다급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깨어나 보니 바깥이 빨간 조명을 하는 듯, 바로 쳐다보이는 산동네가 온통 불바다였습니다. 옷을 입고 빨리 나가야 한다고 형이 재촉하는데도, 제 옷을 찾아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금이 저리고,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기만 했지,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습니다. 입에서는 연상 “으으으” 이런 소리만 내면서 허둥지둥했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일을 당하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이 세상 사람들이 장차 당할 운명을 내다보시고 계셨는데, 김아무, 이아무, 박아무, 최아무, 정아무, 할 것 없이 모두의 운명이 똑같이 불바다에 빠질 운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명을 피하려는 노력은 하나도 하질 않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권하십니다. “좀 네 운명을 미리 대처하려무나. 안타깝구나. 네 운명은 불바다야. 보이질 않으니까, 이렇게 한가하게 살고 있는 거로구나” 라고.

주님께서는, 청지기로 살던 한 사람이 주인에게 불신 당해서 쫓겨나게된 이야기를 예로 말씀하셨습니다. 그가 주인의 재산을 가지고 주인의 빚쟁이들에게 선심을 썼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앞날을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약삭빠른 청지기의 일처리를 참 “훌륭하게 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의 주인에게는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가져올 일임에도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면 주님의 말씀은, 우리가 사기를 쳐도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이렇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어도, 자신의 운명을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비극적 상황은 모면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본문은, 불바다의 운명이 저 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도 왜 피할 생각은 못하고 한가롭게 있느냐고 안타까와 하시는 주님의 말씀으로 읽어야지, 이 말씀을 읽으면서도, 청지기의 사기행각만 눈에 보인다면, 아직 자기 운명을 보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처지의 사람인 것입니다.

<기도> 주님, 제 앞에 다가올 운명을 내다보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대속하신 구원의 손길을 어서 붙잡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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