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집에 거하리이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23편 6절: “한평생 은총과 복에 겨워 사는 이 몸, 영원히 주님 집에 거하리이다.”(공동번역)

제가 강화도 온수리에서 교회일을 할 때, 같은 교회 울타리 안에 사시던 ‘애드레 할머니’란 종지기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고령이셨지만 새벽 종부터 저녁 만도 종까지 정확하게 치시던 어른이셨습니다. 얼마나 정확하신지, 교인들 뿐만 아니라 온수리 동네 사람들까지 다 그분의 신실하심에 감복할 정도였습니다. 아무 말씀 없이 조용히 지내시던 어르신이 오래도록 교회종을 치시며 사시다가 하늘나라 가셨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 종을 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성공회에서 만난 고 김베드로(진만)회장님은 잊을 수 없는 신자입니다. 고려대학교 영문학 교수로서도 세상에 이름나신 분이지만, 그가 40 대에 회심하고 신자가 되어, 약 35년을 더 사셨는데, 그 분은 새벽에 교회에 들려 조도를 마치고 출근을 했고, 저녁에는 다시 교회에 들려 만도를 마치고 퇴근을 했습니다. 그분의 인생 낙은 조-만도 기도시간이라 말씀하시던 분입니다. 그의 신앙생활 기간동안에 평신도로서 세 곳(동대문, 도봉, 산본)에서 교회 설립을 주도하신 놀라운 어른이셨습니다.

“영원히 주님 집에 거하리이다”라고 싯귀를 읊으면서, 우리는 글자 그대로 교회 안에서만 먹고 자고 하며 지내는 생활을 연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시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항상 하나님과 인격으로 함께 지내며 사는 사람을 일컬어 ‘주님 집에 거하는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구절이 오늘 같은 만도 정과인 시편 27편 4절에도 나옵니다: “야훼께 청하는 단 하나 나의 소원은 한평생 야훼의 성전에 머무는 그것뿐, 아침마다 그 성전에서 눈을 뜨고 야훼를 뵙는 그것 만이 나의 낙이라.”

이것이, 비록 죄 많은 세상에서 지금 살고 있을지라도, 하느님의 말씀 안에 살아, 이미 ‘하느님의 집 사람’으로 사시던 수많은 신실한 분들의 삶이었습니다.

<기도> 주님,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 안에 머물기를 즐거워하는 삶으로 살다가, 주님 부르시는 날 영원한 주님의 나라로 옮기울 수 있게 해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