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25장 10절: “미련한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 갔고 문은 잠겨졌다.”(공동번역)
마태복음 25장은 예수님의 유언을 한 장에 수록한 장입니다. 예수님은 나중에 부활하셨으니까, 죽고서 끝나는 인간들의 유언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종말의 날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날을 대비시키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말씀이므로, 이것이 주님의 ‘유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요.
유대인들의 결혼식은 저녁에 시작했으므로, 신부들이 등불을 준비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본문을, ‘준비성 없는 사람 되지 말라’는 교훈으로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름’이라는 말이 지니는 제1세기 유대인들의 독특한 관용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가령, 사도행전 10장 38절에서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라고 했고, 요한1서 2장 27절에서 “주께 받은 바 기름 부음이 … 너희에게 가르치며”라고 했는데, 이것은 ‘기름’이 ‘성령’을 의미했던 것임을 알려 줍니다. 그러니까, 본문에서 “기름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성령 안에서 사는 삶이 익숙하지 않았다” 또는 “성령 안에 사는 삶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예수님과 성령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똑같이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십니다. 한 분은 육신을 가지고 오셨고, 한 분은 영으로 찾아 오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인간이시므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었고, 또 육신을 지니시고 대속의 십자가를 지신 것만 성령과 다릅니다. 그러므로, 전혀 성령의 인도를 받지 않던 사람이, 재림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면, 그 얼마나 당황스런 일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을, 결혼식에 비유해서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던 신부들과 같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기도> 주 성령이시여, 우리에게 가득히 임하소서. 구원으로 인도하실 때에 우리가 충실히 따르며 살다가, 마지막 날 신랑처럼 임하시는 주님을 맞이하기에 부족함 없이 준비된 자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