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78편 36, 38절: “그러나 그들(인간)은 입으로만 하나님께 아첨하고, 혀로는 하나님을 속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이시기에, 그들의 죄를 덮어 주셔서 그들을 멸하지 아니하시며, 거듭 그 노하심을 돌이키셔서 참고 또 참으셨다.”(새번역)
제 조카 하나는 고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었는데, 담임하고 있는 자기 반 학생이 누군가를 찾느라고 두리번거리기만 하다가, 자기가 마스크를 쓰니까 그때야 알아보고 “아,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하더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이미 일 년이 가깝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에 한참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상황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하나님의 진노의 채찍이다. 회개해야 한다”던 말을 저저마다 했는데, 이제는 이 말을 하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죄 때문이다. 회개해야 한다”던 말이 진정한 우리들의 깨달음에서 나온 고백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말았습니다.
영어권 기독교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기도문이 “Lord, have mercy on us.”(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합니다. 이 기도 한 마디로 죄 용서함을 입을 수가 있다고 그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이 “Lord, have mercy on us”라고 기도해 놓고, 그 후에 무슨 짓을 다시 저지르는지 너무도 오래 보아 오셨기 때문에, 이젠 더 속지 않으신다는 것이 오늘 본문의 내용입니다.
하나님 앞에 많은 기도가 올라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말로만의 기도인지, 진정한 기도인지가 검증되는 센서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신뢰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진정한 회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서야 회개할 겁니까, 나는?
더 이상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나의 혀’가 제발 “하나님을 속일 뿐인 혀”(시78:36)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기도> 주님, 제 혀가 주님 앞에 진정한 말만 아뢰는 혀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