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2서 1:4 “내가 지금 귀부인께 청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써 보내는것은 새로운 계명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받은 계명입니다.”(공동번역)
사도 요한의 이 편지는 어떤 공동체에 보낸 편지가 아니라, 아마도 사적인 편지 같이 보입니다. 수신인으로 보이는 ‘귀부인’이 누군지 알 수도 없고, ‘당신의 자녀들’(1:4)과 ‘당신의 언니들의 자녀’(1:13)의 정체도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이 편지에서, 예수님의 계명, 곧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사도 요한을 통해서 전해진, 주님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었다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밧모(Patmos) 섬에서 말년을 보낸 사도 요한에게는, 그의 노년에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 왔다고 합니다. 몸이 쇠약해진 그는 일일이 나가 맞을 수가 없었고, 여러 방문자들이 모이게 되면 몸을 간신히 움직여 찾아온 이들을 향하여 단 한 마디로 인사를 했다고 예로니모(Jerome)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는 “서로 사랑하시오. 이것이 주께서 주신 계명이요. 이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충분하오.”이렇게 마쳤다고 합니다.
사도의 이 감격적인 한 마디를 들으러, 방문자들이 먼 밧모섬까지 찾아오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할런지 알면서도 사도의 입에서 전하는 이 말씀을 직접 들으러, 그의 거처까지 찾아갔던 이들의 정성을 이해할 만합니다.
사랑은 “용서와 자비”로 실천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용서로 시작해서 자비의 삶으로 결실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워즈워드의 시 ‘Rainbow’의 마지막 줄을 바꿔서 이렇게 읊고 싶습니다. “나의 모든 나날이 용서와 자비로 엮이어지과저.”(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forgiveness and charity’.)
<기도> 주님, 제 생애의 모든 날들을 용서와 자비로 살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