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의 소굴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19장 45-46절: “성전에 들어가사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하시니라”(개역개정)

유일신 여호와를 섬기는 유대교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있는 유다를 식민통치한다는 것은 로마제국으로서는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마제국이 유다를 다스리는 방법을 ‘간접통치’로 했습니다. 로마총독이 유대인들 가운데 최고의 권력자로 대제사장을 임명하고, 그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하나는 로마에 세금(인두세와 통행세)을 잘 바치게 할 것, 또 하나는 로마제국에 항거하는 세력은 일찍 발견해서 척결하도록 할 것, 이 두 가지 약속만 잘 지켜 주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치 않겠다 했습니다.

그래서 대대로 대제사장 자리에 신앙이 좋은 자를 물색하지 않고, 로마제국에 아부하면서 동족에게는 못된 짓을 일삼는 자들을 앉혔습니다. 대제사장은 자기 수하에 허수아비 대의원 의회인 ‘산헤드린’(국회에 해당함)을 두었고, 각 지방마다 회당장과 세관장을 세워 모든 행정과 치안-정보업무를 총괄하고 있었습니다. 대제사장은 성전 업무를 맡아 유다의 최고권력자가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의무적으로 성전을 방문하는 날에는 제사를 드립니다. 제물(짐승)을 고향에서부터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루살렘 가까이 가서 제물을 구매했습니다. 특별히 성전 문지기는 사람들이 가져 온 제물의 품질을 검사 한다면서, 많은 제물을 흠 잡아 탈락시켰습니다. 이것은 성전에서 파는 제물을 많이 팔리도록 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성전 안에서 제물을 사려면 성전 안에서 사용이 허락된 화폐를 써야 했고, 헌금을 하려 해도 그 화폐로 환전해서 헌금해야 했습니다. 환전시 환율은 환전상 마음대로 정했습니다. 대제사장의 비호 아래 있는 사람들만 성전 안에서 장사를 하고 환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횡포와 폭리를 어느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다만 예수님 만이 이 못된 권력자 대제사장과 그의 수하의 사람들을 꾸짖으셨습니다. 다른 평행복음에서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요2:15) 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다수 교회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기 이권을 챙기고, 그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리를 일삼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구나 목회하던 교회를 자기 자식에게 기업처럼 물려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늘, 이천 년 전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셔서 채찍을 휘두르신 예수님의 일을 잘 새겨 읽어야 할 것입니다.

제 조카 하나는 직업적 목사가 없는 교회에 가서 신앙생활을 하며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교회에서는 주일에 모이면 설교 대신 성경말씀을 공동 묵상하고, 함께 중보기도를 하며 예배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헌금은 전액 ‘outreach’(선교후원과 구제)에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이러다가 장차 목사가 없는 교회들이 대세인 시대가 오지나 않을까요?

지금 교회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교회 재산과 재정을 책임 맡은 자가 잘못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교회를 강도의 소굴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도> 주님, 죄송합니다. 주님의 교회에서 주님께 바쳐진 재산과 재정이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 완성을 위해 사용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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