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이사야서 11장 1-2, 4절: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 주님의 영이 그에게 내려 오신다. 지혜와 총명의 영, … 가난한 사람들을 공의로 재판하고, 세상에서 억눌린 사람들을 바르게 논죄한다. 그가 하는 말은 몽둥이가 되어 잔인한 자를 치고, 그가 내리는 선고는 사악한 자를 사형에 처한다. (새번역)
수많은 성탄 캐롤 가운데 ‘이새의 뿌리에서 새 싹이 돋아나’(성공회성가 161장, 찬송가 106장) 찬송은 늘 온 몸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동이 있는 찬송입니다. 계시처럼 들려오는 멜로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사야서의 메시지, 곧 우리 모두의 가장 큰 소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포악한 통치가 어서 속히 사라지고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비는 마음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소망을, 다윗왕조의 피 줄기에서 구세주가 나시는 믿음으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언대로 구세주 예수님께서 다윗 후손인 요셉의 가문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우리는 ‘이새의 뿌리’에 소망을 두고 이 세상 포악한 통치들이 사라지기를 염원하는 것입니다.
1949년 평양은 한창 공산주의 체제가 김일성 일인 독재로 군사들을 양성하여 남침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기독교는 이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다니던 학생들은 차례 차례 소위 ‘불순분자’로 퇴교를 당했습니다. 그들 학생 가운데 신학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평양 감리교신학교인 성화신학교로 모여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학생 수가 약 450명 가량 되었습니다. 그들은 교실마다 걸려 있었던 김일성과 스탈린의 사진을 거두어 학교 마당에서 불태워 없앴습니다. 이것이 내무서(경찰서)에 알려지고, 북한 당국은 성화신학교를 폐교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슬픔에 잠긴 모든 교수들과 신학생들은 의논 끝에 학교의 마지막 행사로 헨델의 오리토리오 ‘메시아’ 발췌곡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로 합창단을 구성하고 준비했습니다. 학교를 방문한 내무서원은 시편 2편을 노래하는 “어찌하여 뭇 나라가 술렁거리며, 어찌하여 뭇 민족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라는 바리톤 솔로와, “또 주가 길이 다스리시리”라고 노래하는 할렐루야 합창을 못 부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남산재교회에서 연주 당일에 이 곡들을 모두 천정이 날아갈 정도로 힘차게 노래했습니다. 연주가 모두 끝날 무렵 회중석 뒷자리에 가득히 자리 잡고 있던 내무서원들이 앞자리로 일제히 나서며 신학교 교수들과, 합창단원들과, 학생회 임원들을 연행했습니다. 도망친 학생들을 수배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끌려 갔습니다. 그래서 고문과 매질 끝에 순교 당한 분들이 모두 24명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지휘자였던 교수의 아홉 살 짜리 둘째 아들이었던 저는 집이 남산재교회 바로 곁에 있었으므로, 비록 어렸지만 현장증인의 하나입니다. 1968년에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매 해 성탄이 가까우면 기독교방송이 전해 주는 ‘메시아’ 오리토리오 연주를 들으면서 한없이 낙루하곤 했습니다. 아직 이 세상은 북한이나 남한이나 포악한 통치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새의 뿌리에서”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원으로.
<기도> 주님, 우리에게 오셔서 의로우신 통치를 이루소서. 참 평화가 우리 속에 가득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