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1장 50-53절: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 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공동번역)
저도 1970년대 이래 군사정권의 앞잡이들에게 연행되어 ‘시내분실’이라는 데에 가서 취조를 당한 일이 몇 번 있습니다. 그들의 반복되는 논법이 있었습니다. “왜 반국가적인 일을 하느냐?”였습니다. 저는 그 말에 반박했습니다. “나는 별로 애국적인 인간이라는 자부심은 없어도 반국가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 “반정부가 반국가 아니면 뭐냐?” 저는 터무니가 없어서, “그런 말 하지 말라. 반정부와 반국가는 다르다. 나는 이 정부가 하는 일은 반대한다. 하지만, 반정부 한다고 해서 반국가 했다는 논법은,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다.”
그리고 취조관이 또 한 가지 계속 사용하는 논법이 있었습니다. “국가가 있고서야 교회가 존속되는 것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말은 참고 들을 수 있어도 이 말 만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서서 맞받았습니다.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좋다. 하지만 내가 믿는 하느님, 내가 믿는 기독교는 대한민국이 생겨나기 훨씬 이전, 태고적부터 존재한다. 비록 대한민국이 역사에서 사라지더라도 하느님은 영원하시고, 그의 교회도 영원할 것이다.”
제가 꽤 대단한 말을 한 것 같지만, 이것이 우리 기독교인들이 잠꼬대 가운데서라도 말할 수 있는 기본적 신앙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은 ‘애국’의 이름으로 반정부를 못하게 하고, ‘애국’의 이름으로 교회를 말살하려 합니다.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도 우리들과 같은 신앙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비록 어린 처녀였지만, 그의 마음 속에 움트고 있었던 하느님의 통치가 다만 꿈으로가 아니고 실제가 되는 날에는, 이 지상에 식민지주의 침략자들, 그리고 그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치부를 하며 살고 있는 모든 불의한 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이 오고야 말리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의 꿈은, 다만 허상을 보는 꿈이 아니라, 자기 뱃속에서 역사 속으로 생명이 되어 탄생하는 하느님의 약속, ‘아기 예수님’으로 결실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해산의 날이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굳세게 다져지는 신념, 그것은 “권세 있는 자들을 그들의 자리에서 내쳐 버리시고, 불법한 모든 부자들을 빈손으로 만드시는 하느님의 정의로우신 통치”를 역사의 실제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기도> 가장 높은 통치자이신 하느님, 주님의 통치를 이 세상에서 온전히 이루시옵소서. 모든 사악한 세력의 손에서 힘을 거두시고, 불법한 자들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