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가복음 5장 12-13절: 악령들은 예수께 “저희를 저 돼지들에게 보내어 그 속에 들어 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더러운 악령들은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 갔다. 그러자 거의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을 내리달려 물 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공동번역)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떼가 단번에 몰살을 했다니, 오랜 옛날 일이지만, 매우 딱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생명 있는 것들인데,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에 다 죽었다는 것이 예사 일입니까?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예수님께 항의를 할만도 했습니다. (17절)
그러나 그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우리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셔서 오래 기억하게 하신 주님의 뜻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귀신이 돼지 떼에게 들어가자마자 그들이 한꺼번에 언덕을 내리 달려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했습니다. 인간 역사에도 한꺼번에 귀신에게 홀려 몰살을 한 일이 많았습니다.
가령, ‘나치 귀신’에게 홀린 나치독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매한 죽음을 죽었습니까? ‘일황 귀신’에 홀려 얼마나 많은 일본사람들과 그들의 피지배 민족들이 태평양 귀신이 되었습니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 귀신’에 붙잡혀 떼죽음을 당하거나 지금껏 헛된 세월을 살고 있습니까?
두째로, 돼지 떼는 마구 먹는 것이 본능이어서 비대하지 않은 돼지가 드뭅니다. 이런 살진 돼지 떼가 뛰기 시작하면, ‘곧은 목’들이어서 스스로 방향전환을 하지도 못하고, 정지할 능력도 없습니다.
인간역사도 이와 마찬가지로, 한번 길을 잘못 들면 방향전환을 하지도 못하고, 멈추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죽어야 끝을 보는 것입니다. 역대의 제국주의 국가들, 곧 이집트제국, 앗수르제국, 바빌론제국, 마케도니아제국, 로마제국, 몽골제국 등이 다 그들의 비대한 국력 때문에 망했습니다.
셋째로, 돼지처럼 떼를 지어 사는 동물들은 리더 격인 짐승이 앞장 서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턱대고 따라 붙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기 두목이나 무리가 움직이는 대로, 그것이 죽음의 길로 가는 길인 줄도 모르고 따라 가는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고고쿠 신민노 치카이’(황국신민 맹세) 하면 모두 따라서 ‘고고쿠 신민노 치카이’ 따라 하고, 남들이 ‘삼선개헌까지만은 지지하자’(1970년) 하면, 모두 다 ‘삼선개헌까지만은 지지’ 하고 합창하고, 남들이 ‘미제 광우병’이라고 소리지르면 모두 따라서 ‘미제 광우병, 미제 광우병’ 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돼지떼처럼 살지 맙시다. 귀신에게 자기 운명을 맡기는 짓도 하지 말고, 풍요를 즐겨 내 ‘정신적인 몸’이 운신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해지지도 말며, 남이 다 가는 길이라고, 나도 따라나서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기도> 저희의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 저희가 주님을 갈망하여 애태우는 ‘목마른 사슴’(시42:1)들이 되게 하소서. 헛 것을 보고서 죽음의 언덕을 내리 달려 몰살 당하는 돼지떼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