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사도행전 9장 3-6절: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커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환히 비추었다. 그가 땅에 엎드러지자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는 음성이 들려 왔다. 사울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으니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일어나서 시내로 들어 가거라. 그러면 네가 해야 할 일을 일러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는 대답이 들려 왔다.” (공동번역)
오늘은 사도 바울의 회심 기념일입니다. 사도 바울은 ‘열심, 철저, 충성’ 이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할 만한 이상적 체질의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인품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체질이 하느님의 반대방향에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바울’(‘지극히 작은 자’, 회심 이후에 사울이 사용한 이름)이 스스로 말하기를(빌3:5), 히브리인 중에서도 진골인 벤야민 지파에 속하는 사람으로, ‘율법으로는 흠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부할 만큼 철저한 율법주의자였습니다. 야훼 하나님을 섬기는, 구약의 성전신앙을 지키는 일에 그 누구도 추종하지 못할 열심이 있어서, 아예 기독교의 싹을 잘라 버리려고 다메섹으로 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사울의 다메섹 토벌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갓 태어난 기독교가 금방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 위험에 빠지게 된 형세였습니다. 그렇다고 천사를 보내어, 사울의 목숨을 빼앗기에는 너무도 그가 열심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기려고 애쓰던 태도가 애처로웠습니다.
고민 끝에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인생 방향대역전을 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셨습니다. 다메섹에 가던 그의 길 앞에 친히 나타나신 것입니다. 너무도 환한 빛으로 임하시던 주님 앞에 사울은 땅에 엎어졌습니다.
사울의 귀에 한 음성이 들려 오기를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했습니다. 사울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때 대답하시기를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일어나서 시내로 들어 가거라. 그러면 네가 해야 할 일을 일러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주님을 만난 분명한 증거로 주신 표가, 사울의 눈앞이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다메섹으로 들어간 사울은 눈을 감은 채 회상에 잠겼을 것입니다. 특별히 스테반을 돌로 쳐 죽이던 날의 기억이 그를 괴롭혔을 것입니다.
돌무더기 속에 죽어가던 스테반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저기 하느님 보좌 우편에 예수님이 서 계시다”며 황홀한 눈빛으로 죽어가던 스테반의 피묻은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가던 길이 완전히 하느님을 거스르는 길이었구나” 하는 판단이 섰던 것입니다.
그때에 하느님의 사람 아나니아가 사울이 머물던 집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사도’로서의 바울의 인생이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하느님께서 종종 노크하십니다. 방향전환을 시키시려는 하느님의 애타는 문두드리심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을 사랑하셔서 소망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도전하시는 하느님의 결정의 순간입니다. 여러분께서 비록 뒤늦었더라도 바울처럼 회심하고, 하느님의 프러포즈에 응하시는 날이 있기를 빕니다.
<기도> 저희들의 인생 길에 주님께서 직접 개입하여 들어오시는 사건이 있음을 믿습니다. 다메섹 길에 주님을 만난 바울처럼 극적인 것이 아니어도 주님의 부르심인 줄 깨닫게 도와 주시옵소서. 크고 작은 사건으로 저희들의 길을 막아 서시는 주님을 뵈올 눈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부르심에 응하도록, 성령님,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