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갈라디아서 3장 14절: “그것은, 아브라함에게 내리신 복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방 사람에게 미치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약속하신 성령을 받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새번역)
제가 은퇴 후에 C 국가에 왔다 갔다 하면서 선교 일을 배우고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한 미국성공회 신학대학원 은퇴교수였던 Dr. George Pierce라는 분이 저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절더러 다음에 C 국가에 갈 때에는 함께 좀 갈 수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러자고 대답하고, 무슨 일로 가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연전에 죽은 자기 아내가 변호사였는데, 재산을 많이 남겨 두고 갔답니다. 그 돈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 얻은 결론이, 네팔로 가서 여생을 선교하다 죽는 것이었답니다. 그래야, 천국 가서 아내를 만나면, 할 말이 있을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 후에 함께 C 국가에 가서, 제 서툰 선교활동을 그도 경험한 후에, 이런 정도의 일이라면 자기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분은 고맙게도 제 집에 와서 함께 기도로 준비하다가 네팔로 떠나면서 하는 얘기가, 가서 신학교를 세우고 졸업한 사람들의 성직 안수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제가 가서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평생 신대원에서 가르친 분이어서,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본토인 청년을 만나 그를 양자로 삼고, 집을 마련하여, 그 청년의 도움을 받아서 신대원 신학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성직후보자들이 첫 해에는 다섯 명이 되었고, 두째 해에는 20여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윽고 5년째 되던 해에 제게 연락이 오기를,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며, 안수를 할 사람이 많다며, 날자를 잡아서 서품식 준비해 가지고 네팔로 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네팔에 가서, 그가 양육한 성직후보자(그들은 이미 평신도로서 교회를 설립하고 목회를 하던 분들이었음) 분들에게 성직안수를 했습니다.
그곳 교구의 이름을 ‘네팔교회’로 할 줄 알았더니, 사정이 달랐습니다.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분이 네팔이고, 히말라야 골짜기마다 다른 인종들이 들어가서 살고 있기 때문에, ‘네팔교회’라고 하면 스케일을 작게 잡는 것이라고 하면서, ‘히말라야교회’로 하기를 바랬습니다.
지병 하나가 피얼스 박사의 일을 항상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항문괄약근이 느슨해져서 항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아주 힘든 병이었습니다. 수술을 해도 기능을 살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네팔에 갈 때마다 질 좋은 한국제 기저귀를 큰 가방에 채워 가지고 가곤 했습니다.
그 고생 끝에 신대원 제 6기 졸업식과 안수식을 앞두고 있던 2019년 봄, 그는 그만 폐장이 석화되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메일 편지를 점점 부실하게 타자하면서도 늘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그의 비전을 펼치던 피얼스 박사는 그의 모든 계획을 다 내려놓은 채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신대원 설립자 피얼스 박사의 지극한 ‘네팔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복음의 전초기지를 히말라야에 굳건히 세우셨습니다. 피얼스 박사는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로 충성스레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히말라야 드넓은 산지에 같은 축복의 통로인 복음전도자들을 곳곳에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하나님께 쓰임 받는 ‘축복의 통로’ 에는 은퇴도, ‘병퇴’도 없었습니다.
<기도> 복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주님을 믿는 저희들은 모두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임을 고백합니다. 저희도 잘 쓰임 받도록 성령님,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