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89편 46절: “주님, 언제까지입니까? 영영 숨어 계시렵니까? 언제까지 주님의 진노를 불처럼 태우려고 하십니까?” (새번역)
한국전쟁이 한참 혼전으로 가고 있던 1950년 12월 중순, 저는 부모님과 함께 평양을 떠나 타박타박 부산까지 도착했습니다. 부산 초량동에 있는 초량교회에 피난민이 많이 모였다 해서 저희 가족은 그리로 가 보았습니다. 피난길에서 신발을 잃어버려 버선만 신고, 버선을 끈으로 동여 맨 거지 꼴을 하고, 아홉 살 짜리 피난소년인 저는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들어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초량교회 안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습니다. 기도회가 밤낮 그치지 않고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무슨 기도를 하고 있는지 제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어서 바깥에서도 들렸는데, 저희는 너무도 춥고 지쳐서 쉴 겸 교회로 들어섰던 것입니다.
나중에 한국교회 역사의 어떤 글을 읽다가, 그 당시에 초량교회에서 있었던 기도회가 통렬한 회개의 기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척간두에 섰던 조국을 위해 피난민 교우들이 목을 놓아 울며 기도했던 것입니다. “주여, 언제까지 우리를 버려 두실 것입니까?” 이것이 우리의 믿음의 선조들이 초량교회에서 부르짖던 기도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이제 2년 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백신으로 진정세가 이루어질 줄 알았던 인류에게 새롭게 들려오는 소식은 ‘변종바이러스’가 일곱 배로 무서운 파급속도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뉴스가 설날을 기점으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치사율도 훨씬 높다는 소문이 우리를 떨게 합니다. “주여, 언제까지 우리를 버려 두실 것입니까?” 저절로 우리 입에서 탄식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 인류의 탄식소리보다도,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더 큰 소리로 탄식하시는 음성을 듣습니다. “너희 인간들아, 너희가 언제까지 나를 등지고 이 고생을 하며 발버둥치는 것이냐? 제발 좀 정신 차리고 거기서 나아오너라.” 안타까이 외치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이 코로나 질병은 모세 시대에 이집트 땅에 내리신 괴질의 병과는 다릅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뜨린 인간이 자초한 병이고, 또 인간 스스로 퍼뜨리고 있는 전염병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인류를 향해서 탄식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너희 인간들아, 언제까지 그 코로나 늪에 빠져 헤매고 있을 거냐?” 라고.
<기도> 저희 인류가 자초한 모든 전쟁들도 그치게 해 주신 하나님이시여, 인간이 저지른 이 코로나 질병도 주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헤어날 길이 없습니다. 주여,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 주시옵소서. 저희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