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핵심신앙은 ‘용서’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6장 14절: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해 주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 (새번역)

호주성공회 사제인 데이빗 코벳 신부님을 소개합니다. 그 분은 오래 전 한국에 선교사로 왔다가 귀국해서 애들레이드 시의 한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었습니다. 바깥일을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저녁이었습니다. 차고 문이 열린 것을 보고는, 차고를 통해서 사제관으로 들어오고 있을 때, 차고 안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차고 안에서 부시럭거리는 누군가를 향해서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다시 누구냐고 묻는 순간, 갑자기 어두운 속에서 누군가가 무슨 쇳덩어리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괴한은 정신을 잃은 신부님의 면상을 구두발로 두 세 번 강하게 내리밟은 모양이라고 의사들이 추정할 만큼, 얼굴이 만신창이었습니다.

사고가 나고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쓰러져 있는 신부님을 가족들이 발견했습니다. 차고 안에 선혈이 낭자했고, 축 처진 신부님의 모습을 보며 이미 사망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기면서, 아직 생명이 붙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호주의 일간신문들과 지방신문에는 신부님의 사건소식이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은 신부님의 사진과 더불어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많은 교우들과 시민들의 기도 속에서 치료가 진행되었습니다.

두개골을 심하게 다쳤고, 얼굴뼈는 부서져 내려앉았기 대문에 치료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호주의 외과, 뇌신경과, 정형외과, 안과, 치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다방면의 의사들이 무상치료를 하겠다며 달려 왔습니다. 신부님의 매일의 치료는 속보로 소상하게 보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격려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안면의 부서진 뼈들은 대부분 뽑아내고 특수금속으로 제작한 인조뼈로 얼굴뼈를 만들었습니다. 두 안구의 초점을 맞추는 일이 대단히 까다로운 일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수없는 수술과 오랜 치료를 거쳐서 신부님은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된 어느 날 사건의 담당형사가 신부님을 만나기를 바랬습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신부님의 수사협조를 구하려고 병실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형사는 붕대에 묶여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몸이 아직불편하시겠지만, 수사에 필요한 일만 물어볼 터이니 좀 협조해 달라” 면서, 말하기를 “범인과 맞닥드렸을 때에 범인의 인상착의를 좀 말씀해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대략적인 윤곽이라도 좀 말씀해 주세요. 가령, 키가 얼마나 큰지, 몸집이 얼마나 큰지? 무슨 느꼈던 사항이 있으면 다 말씀을 해 주세요.” 이렇게 형사가 청하는데도 신부님은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형사는 “불편하시면 내일 다시 올게요. 기억을 더듬어 보시고, 한 가지라도 들려 주시면 수사에 도움이 됩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말했습니다. “형사님, 저는 사제입니다. 제가 어떻게 범인을 잡으라고 인상착의를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내일도 오실 필요 없습니다.”

형사는 돌아가고, 다음 날 아침 호주의 모든 신문에는 신부님의 칭칭 붕대로 동인 머리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제목 “저는 사제입니다”(큰 글자), 그리고 ‘신부님이 형사의 수사협조 요청을 거부하다’ 라는 부제목으로. 신부님은 범인을 이미 용서했던 것입니다. 그 기사를 읽던 모든 사람들이 울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편지가 신부님께 날아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이런 편지들이 여러 통 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기독교에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주님의 십자가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 주님, 저의 모든 죄가 예수의 피로 용서 받았음을 감사드립니다. 제게 잘못한 사람들은 제가 빨리빨리 깨끗히 용서하며 살렵니다. 용서가 제 본능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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