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3장 30절: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 (새번역)
이 성경구절을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정면 벽에 크게 써 붙이면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자기 정당 만이 흥하고, 남의 정당은 아예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그들의 소망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는 감옥으로 가든가, 아니면 곤고한 나머지 세상을 하직하는 분이 계십니다. 또 전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건투를 빌어 주는 분은 보고 죽으려 해도 없는 것 같습니다. 후임자 역시 전임자가 진행하던 모든 정책과 업적은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는 망하여야 하고, 나는 계속 흥하여야 한다”고 그들의 경전에는 기록되어 있을까요?
기업하시는 분들은 경쟁사가 아닌 한, “우리 함께 흥하여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우리 함께 연마하자”는 태도로 사는 것 같습니다. 비록 남의 연구를 비평할 때에도, 그가 사기를 치는 논문을 쓰고 있지 않은 한 최소한도의 존경심을 가지고 다른 학자의 연구를 다룹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쇠하여야 하고, 그는 흥하여야 한다”고 할 때에는 “내가 그의 성장과 그의 뜻을 성취시키기 위해서 나는 그의 밑거름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정신인데, 이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세례 요한은 바로 이 정신으로 오늘의 본문에 나오는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세례 요한은 당대에 널리 알려진 부흥사요, 민족지도자였으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존경해 마지않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명성을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는 초개와 같이 여겼습니다. “예수님을 위해서 나는 거름이 되어도 좋다”는 신념이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교회의 요직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주님을 위해 초개와 같이 나를 바친다”는 정신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오늘 회개합니다. 제가 지닌 모든 것, 제게 주시는 앞으로의 시간들, 제 생명까지도 주님의 일이 흥하기 위해서 바치기를 원합니다.
<기도> 주님, 주님의 교회는 영원토록 흥할 것임을 믿습니다. 저는 주님의 뜻이 성취되기 위해서 세례 요한처럼 거름으로 쓰이면 영광입니다. 늙고 병든 몸이라도 주님 위해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