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2장 15절: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어 주는 사람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상을 둘러 엎으셨다.” (새번역)
사순절 제3주일인 오늘, 우리는 주님의 ‘성전 정화’ 사건의 본문을 읽습니다. 한 폭력적 사건입니다. 주님께서 폭력을 사용하시다니요?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마는, 그러나 사건의 배경을 알고 보면 주님의 마땅한 처사이셨습니다.
대제사장은 성전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맡고 있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대제사장은 로마총독이 임명하고 있었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로마 제국이 유대 땅을 점령했을 때, 유대인들의 유일신 종교인 여호와 신앙, 그리고 그 한 신앙으로 똘똘 뭉친 조국애를 깨고 들어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대교의 최고 지도자인 대제사장을 유대인들이 선택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로마 총독이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을 기용해서, 그에게 종교적 권위 만이 아니라, 유대 땅의 행정 전체를 관리할 전권을 맡겼습니다.
로마 총독이 대제사장을 임명하면서 그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동시에 두 가지를 책임을 맡겼습니다. 그 하나는 식민지 백성이 로마제국에 바치는 ‘인두세’를 잘 내게 할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로마제국에 항거하는 세력이 절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대제사장은 자기 나름대로 수입원이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성전 중심적인 종교생활을 하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벽지에 사는 사람이라도 정한 시기에는 반드시 성전에 와서 제사를 드리고 갔습니다. 그래서 온 백성이, 심지어 성전에 오지 않는 노인이나 병든 사람까지도 세무원을 보내서 성전세를 받았습니다.
성전에서 헌금을 하려면 성전에서 사용하는 화폐로 환전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 유대인 사회에는 여러 나라의 화폐가 동시에 통용되고 있어서, 성전에서 헌금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정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환전을 해야 하니까, 이것이 톡톡한 수입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사 제물은 반드시 온전하고 깨끗한 것이어야 하는 규정을 가지고 수입원을 만들었습니다. 제물이 성전 문을 통과할 만큼 정결한 제물이 못 되면, 성전에서 판매하는 제물을 구입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여기에는 모두 이권이 붙어 있었고, 그 이득은 모두 대제사장의 호주머니를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전 뜰안은 날마다 완전한 시장 마당이 되어 있었습니다. 짐승들이 우짖는 소리, 사람들이 다투는 소리, 특별히 대제사장의 하졸들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사람들 앞에 질서를 잡는다고 호령하는 소리, ‘하나님을 뵙는 집’인 성전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를 알 수 없는 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분노의 채찍을 드셨습니다. 그리고 외치시기를, “이곳은 ‘기도하는 집’이라 하였거늘, 어찌하여 너희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었느냐?” 그리고 채찍을 휘둘러 모든 장사꾼들을 쫓아냈습니다. 돈상자도 뒤집어 엎었습니다. 짐승들을 내 몰았습니다. 아주 시원하게 청소하신 것입니다.
2천 년이 지난 오늘, 한국의 성전인, 우리들의 교회는 정화할 일이 없을까요? 가령,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줄 알고 헌금했는데, 바친 그 헌금이 교회재정관리자(목사나 장로, 그밖의 회계 담당자일 수도 있음)에 의해서 사적인 목적에 도용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 옛날 대제사장과 그의 졸개들이 부정하게 성전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던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는 모두, 우리들의 교회에서 정화되어야 할 요소들입니다.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위해서 성도들이 바친 헌금이 물욕에 눈이 어두운 자들에 의해서 도둑질 당하는 일이 없게 해 주시옵소서. 교회를 거룩히 지켜 주시며, 저희들의 헌금을 성별하시고, 주님의 용도로만 사용하게 인도해 주시옵소서. 교회재정관리자들에게 은총을 베푸사 결코 시험에 빠지는 일 없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