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2장 46절: “사흘 뒤에야 그들은 성전에서 예수를 찾아냈는데, 그는 선생들 가운데 앉아서,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새번역)
오늘의 말씀은, 예수님의 유년기의 일화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 에피소드인, 유월절에 예루살렘을 다녀오는 길에서 잃어버린 소년 예수를 요셉과 마리아가 사흘 동안이나 찾아다녔던 이야기입니다. 마침내 성전에 가서 예수를 찾게 되었는데, 예수님은 사흘 동안 성전에서 머무시며 이름난 랍비들과 성경말씀 문답을 하고 계셨습니다.
바로 여기서, 코로나 시대의 우리 자녀들의 신앙교육에 관한 힌트를 얻습니다. 교회에 가서 드리던 예배도 온라인으로 드리게 되고 주일학교라든지 청년 집회 프로그램들도 다 힘들게 된 상태에서 우리들의 자녀가 신앙교육을 어디서 받을 수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아주 심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의 본문을 보니까, 어디선가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을 아신 예수님은 그저 한 곳에서 기다리기로 작정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정하신 곳이 예루살렘 성전이었습니다. 성전에서 기다렸다는 사실보다, 성경말씀 토론을 하시며 기다렸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만약 이미 가정예배로 자녀 신앙교육을 하고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무엇보다 말씀을 공부하는 기회를 가정예배에서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씀을 가족이 함께 읽고, 함께 공동의 QT를 하고, 함께 기도하면, 은혜로운 신앙훈련의 자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신학 공부를 학부과정에서 시작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다녔습니다. 당시 저희 과의 강의실 근처에 수경원이라는 조선 시대의 어느 후궁의 묘가 있었는데, 잘 다듬어진 잔디밭이 있어서, 신학생들은 곧잘 거기 가서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주로 도시락 점심을 나누며, 신학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그곳에서 동창친구들과 나누던 토론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과 소통하면서, 신앙적인 의문이나 갈등도 풀고, 성경말씀의 이해를 깊게 하는 토의도 나누면서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도움이 크게 되겠습니까? 매일 그런 시간을 가져도 좋겠지만, 형편에 따라 한 주간에 한 두 번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열 두 살의 어린 소년 예수님이 랍비들과 어떤 말씀을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든 성경말씀의 학습은 나이의 고하, 지식의 고하, 학력과 지위의 고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소박한 어린이의 말씀 접근이, 또 학교 문전에도 못 가 본 노인들의 투박한 코멘트가, 더 은혜롭게 말씀의 진수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힌트를 준다는 것을 저는 많이 경험했습니다.
성령의 도우심을 비는 기도 속에, 말씀을 함께 학습하는 가정 단위의 프로그램을 독려하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교회 프로그램이 많이 차단된 오늘의 상황에서 가장 힘찬 예배, 가장 경건한 말씀의 학습이 가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소망을 모두 가집시다.
<기도> 예수님께서 세상 사시던 경험을 통해서, 저희들이 많은 교훈을 받게 하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에게 가정을 주셨사오니, 이 코로나 팬데믹에 갇힌 상황을 힘들어 하지만 말고, 도리어 저희의 가정이 신앙 훈련장이 되도록, 말씀 학습의 복된 장소가 되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