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6장 66-71절: 이 때문에 제자 가운데서 많은 사람이 떠나갔고, 더 이상 그와 함께 다니지 않았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물으셨다. “너희까지도 떠나가려 하느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선생님께는 영생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하나님의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알았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너희 가운데서 하나는 악마이다.” 이것은 시몬가룟의 아들 유다를 가리켜서 하신 말씀인데, 그는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예수를 넘겨줄 사람이었다. (새번역)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떠나갔다고 하니까, 아마도 남아 있는 열두 제자는 소수에 해당하고 떠나간 제자의 수가 현저히 더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뭔가 득이 있을 것이라고 주님을 따라다니다가, 어떤 위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던지, 예루살렘으로 행차하시던 길에서 슬며시 다 빠져나가고 말았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그들에게 무슨 큰 기대를 하신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떠나간 사람들 때문에, 열두 제자들 마저 마음에 어떤 동요가 있는가를 물으신 것입니다. “너희까지도 떠나가려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때 ‘의리의 사나이’로 자부하던 베드로가 말합니다.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선생님께는 영생의 말씀이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 예수님을 부인하던 베드로가, 아직 위험이 실제가 아니었던 지금, 이렇게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예수님께서 흡족하셨을까요?
1933년 나치가 독일의 기독교를 장악하려고 ‘제국교회’(게르만 키르혜)를 조직합니다. 루트비히 뮐러라는 인간을 감독으로 세웠습니다. 그는 십자가 속에다가 ‘학켄크로이츠’(나치 마크)를 집어넣은 심볼을 사용해서 제국교회의 표지로 삼았습니다.
뮐러는 독일의 기독교가 아리안족의 종교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목숨을 살리려 교회에 입적했던 유대인들을 모두 교회에서 축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구약성경을 경전에서 제외했고, 유대인 학살정책에 동조했습니다.
제국교회는 “하나의 하나님,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교회” 라는 표제를 내걸고, 이를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며 히틀러에게 동조했습니다. 많은 교회의 목사님들이 자기들 목숨을 살리고자 이 제국교회에 합세했습니다.
그러나 본회퍼는 이에 항거했습니다. 1934년 그는 바르멘선언을 발표하고 ‘고백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는 “교회는 국가 권력 밑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1935년에 나치가 뉘른베르크법령을 발표하여, 유대인을 멸절시키기 위해 잡아들이기 시작했을 때에, 본회퍼는 교회를 향해서 “유대인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 만이 그의 입으로 성가를 부를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얼마나 비장한 말씀입니까?
제국교회의 뮐러는 본회퍼의 고백교회에 동조하는 교인들에게, “교회를 살아 남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나치에 협조해야 한다. 제국교회에 동조하지 않으면 독일의 기독교는 멸절하고 말 것”이라고 친교회적인 논리로 말을 했지만, 실제로 교회를 ‘나치 친위대교회’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를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교회분열의 역사는 한국교회사에도 있었습니다. 일제 때의 교회가 ‘친일’, ‘항일’로 분열된 양상을 보였었고, 김일성 통치 하에 들어갔던 한국교회도 ‘용공교회’(조선기독교연맹)와 ‘반공교회’로 분열된 양상을 보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도 예수님은 조용히 “너희도 가려느냐?” 하시며 괴로운 마음으로 같은 물음을 물으셨을 것입니다.
자칫 잘못 하면 장차 반기독교적인 세력이 집권할 때에, 한국교회는 또 다시 이 비극 속에 휘말릴런지 모릅니다. 예수님께로부터 “너희도 떠나가려 하느냐?” 는 질문을 받는 두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그러나, 비록 그런 처지에 처하더라도, 어떤 핍박 속에서라도 예수님을 등지고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을 약속하는 2021년의 사순절 기도를 드립시다.
<기도> 주님, 주님의 마음을 저희의 마음으로 삼아, 비록 어려움이 닥쳐 올 때도, 주님을 배반하는 일 없게 하여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