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가복음 14장 32, 35-36절: “그들이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실새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개역개정)
겟세마네 동산은 예루살렘 성벽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공간입니다. 그곳에는 감람산 언덕에 있는 감람나무에서 딴 올리브 열매로 기름을 짜는 기름틀이 있어서, 공간의 이름을 ‘기름틀’이라는 뜻의 ‘겟세마네’라고 불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생애의 마지막 밤을 겟세마네에서 제자들과 함께 보내신 것은, 임박한 죽음을 준비하시기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하시고 싶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대로 간단했습니다. 하나는 대단히 인간적인 호소였는데, 이것은 아버지 하나님께 구체적인 탄원의 말씀이었습니다. “이 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라고 하신 기도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처형을 받아 죽는 사람들을 어려서부터 많이 보셨기 때문에, 장차 당하실 십자가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 치욕과 고통을 꼭 치러야 할 것인가로 극심한 번민 속에 계셨습니다.
철저히 인간이셨던 예수님께서 인간의 성정을 모두 가지고 계셨던 것을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워낙 하나님의 아드님이시니까 모든 괴로움을 극복하실 수 있는 방책이 마련되어 있었겠지’ 하는 생각은 우리들의 망상이고, 예수님은 인간이셔서, 인간이 당하는 고통을 끝까지 고스란히 당하셨습니다.
또 하나의 기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라는 기도였습니다. 이 결단을 하신 것이 모든 인류, 곧 저와 여러분이, 그리고 세계 모든 인간들의 구원의 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도는 우리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모형이 됩니다. 우리들은 인간적인 호소로 ‘나열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예수님의 기도는 ‘순종의 결단’을 하실 수 있을 때까지 하나님 앞에서 보내는 시간 전체가 기도였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나님께 호소하고 바라는 간구들의 내용은 이미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형편과 처지를 다 아시고 계시므로,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실 만한 때에 이루어 주시는 것입니다. 아무 염려할 것 없이 기도의 시간으로 작정한 시간에는 하나님의 뜻을 듣는 시간으로 보냅시다. 이것이 예수님의 기도의 모형에서 배우는 바입니다.
<기도> 하나님, 저의 기도의 태도를 바로잡아 주옵소서. 제 호소만을 나열하는 기도보다 저를 향하여, 또 세상을 향하여, 속이 타시는 하나님의 호소를 듣게 하시고, 제게 말씀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듣는 기도’의 시간을 가지도록, 성령님,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