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발을 씻어 주는 삶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3장 4-10, 14-15절: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 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었다. 이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 내 발을 씻기시렵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 내가 하는 일을 지금은 네가 알지 못하나,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베드로가 다시 예수께 말하였다. “아닙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예수께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내 발 뿐 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겨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미 목욕한 사람은 온 몸이 깨끗하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저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새번역)

오늘은 성주간의 목요일입니다. 어떤 교회는 ‘세족례’라는 격식을 갖춘 예식으로 남의 발을 씻는 행사를 가지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그냥 설교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정신을 교훈 받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어느 목사님 댁을 방문했는데, 그의 집 현관에 흔히 꽃을 놓아두는 자리에 깨끗한 대야와 깨끗한 세수 수건이 조명을 받고 놓여 있었습니다. 아, 이것은 주님께서 사용하시던 대야와 수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목사님의 말씀이 자기 목사안수식 때 어떤 어르신이 선물하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좋은 교훈이셨다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본을 보이신 이 일은, 예식으로 하라고 주신 교훈도 아니고, 그냥 일 년에 한 번 설교로 교훈을 기리면서 지내라고 주신 교훈도 아니고, 목사님이나 성도들의 집에 하나의 장식으로 형태화 하라고 주신 교훈도 아닙니다. 그 모양으로 ‘섬기면서 살라고’ 본을 보이신 것입니다.

발은, 자기가 소 갈 데, 말 갈 데 다 다녔기 때문에, 더러워졌으면 자기가 씻어야지, 남보고 씻어 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지요. 하지만 이 통념을 깨고, 예수님께서는 남의 발을 내가 씻어 주자고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요사이 서울, 부산에서 시장선거를 하느라고 시끄럽습니다. 후보들이 서로 상대방의 흠집을 내느라고 수고(?)가 많습니다. 남이 땅을 샀으면, 필요해서 자기 돈으로 샀을 거고, 남이 일본에 집을 샀으면, 필요해서 자기 돈으로 집을 샀을 터인데, 그것이 투기 아니냐, 그것이 친일행위 아니냐, 서로 상대의 치부를 드러내려고 야단들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남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하지 말라고 경을 치는 어른들이, 만인이 보는 앞에서 남의 치부를 드러내지 못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참으로 창피한 일입니다.

주님이시며, 스승 가운데도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참으로 훌륭한 본을 보이셨습니다. 이것은 설명이 필요 없는 교훈이십니다. 이렇게 살라고 본을 보이셨습니다.

남이 가난한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남의 무지는 그의 책임이 아니다, 남의 무능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남의 스캔들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도리어 그 책임을 내 책임으로 알고, 내가 도와 주고, 내가 가리워 주면서 살려고 애쓰라, 이것이 예수님께서 본 보이신 교훈입니다.

자, 이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교훈으로 우리들의 일생을 일관하십시다. 이것이 우리들이 예수님을 만나게 된 목적이요, 기쁜 사명입니다. 할렐루야.

<기도> 주님, 주님께서 본 보이신대로, 제가 남의 발을 씻으며 살겠습니다. 힘써 이 일을 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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