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건에 관한 두 가지 소문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28장 8-13절 : 여자들은 무서움과 큰 기쁨이 엇갈려서, 급히 무덤을 떠나, 이 소식을 그의 제자들에게 전하려고 달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께서 여자들과 마주쳐서 “평안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여자들은 다가가서, 그의 발을 붙잡고, 그에게 절을 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 그 여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서워하지 말아라. 가서, 나의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러면, 거기에서 그들이 나를 만날 것이다.” 여자들이 가는데, 경비병 가운데 몇 사람이 성 안으로 들어가서, 일어난 일을 모두 대제사장들에게 보고하였다. 대제사장들은 장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병사들에게 은돈을 많이 집어 주고 말하였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갔다’ 하고 말하여라.” (새번역)

중대한 사건들은 두 가지 또는 둘 이상의 소문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영적 혼돈을 일으켜서 진실을 모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주님의 부활 만큼 중대한 사건이 인류 역사 속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부활사건에 대해서 애당초부터 사실을 흐려버리는 공작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사실을 알리려고 무덤에서 예루살렘 성 안의 제자들이 묵고 있던 집으로 달려가던 여인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안녕하시오?’ 하고 인사를 건네는 예수님 앞에 여인들은 엎드려서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췄습니다.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인사를 한 것입니다. 그때에 예수님은 다시 당부하시기를,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서 만나자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여인들은 그들이 보고 들은 대로 제자들에게 알렸을 것입니다. 그 부활하신 예수님의 소식은 여인들에게서 제자들에게로, 또 모든 제자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전파되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소문은 대제사장과 장로들이 조작한 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훔쳐 갔다” 는 소문을 퍼뜨리게 만든 것입니다. 듣는 사람마다 ‘그러면 그렇지’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소문을 만든 것입니다.

부활이 없다고 주장했던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이 헛소문을 기뻐했을 것이고, 부활이 없어야 안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헛소문이 ‘진짜뉴스’일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이 말이 오늘날까지 유대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마28:15) 고 한 것은, 마태복음의 기록된 주후 85-90년 무렵을 말하는 것이므로, 적어도 50년 이상 유포되고 있었던 소문이라는 것입니다. 거짓 소문이 참으로 오래 유포되고 있었습니다.

소위 ‘데마고그’(선동정치) 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사실을 둔갑하여 거짓으로, 또 거짓을 사실로 둔갑하여 사람들을 농락하는 책동을 ‘데마고그’ 또는 줄여서 ‘데마’ 라고 말합니다. 일제 때도, 한국동란 때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속아서 희생을 당했습니다.

저도 어린 나이에 ‘데마’ 때문에 혼난 일이 있었습니다. 국방군이 평양에 진주했던 날이었습니다. 태극기 그릴 줄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비슷하게 그려 가지고 국군이 들어오는 길목에서 만세를 부르다가 국군 장병들의 얼굴도 보고 한참 들뜬 기분에 있었던 그날 오후였습니다.

갑자기 ‘데마’가 들려 오는데, 국방군을 환영한 동네 사람들을 인민군 낙오병들이 산에서 내려 와서 모두 따발총으로 쏘아 죽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혼비백산해서 남녀노소들이 모두 국방군 캠프가 있는 학교 교정까지, 수수밭, 면화밭을 가로질러, 도망을 쳐 모여들었습니다. 다행히도 데마인 것을 확인하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날 간담이 서늘했던, 제 어린 나이의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요사이 선거철이어서 각 후보들의 데마가 떠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속아서 그릇된 지도자를 선출하게 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불행입니다.

어떻든 데마에 속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영적 분별력에 의해서 가능한 것인데, 당장에는 데마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다만 그 소문을 퍼뜨린 자가 진실성이 있는 인간인지, 그리고 그의 삶이 도덕적인지에 의해서 식별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리 쉽게 파악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 주님, 성령을 통하여 저희에게 영적 분별력을 주시어, 세상에 수많은 소문들 가운데 거짓된 것과 진실된 것을 바로 분별할 수 있는 통찰력을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옳게 깨닫는 자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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