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면 내 양 떼를 먹여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24장 15-17절 : 그들이 아침을 먹은 뒤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어린 양 떼를 먹여라.” 예수께서 두 번째로 그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 주님, 그렇습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쳐라.” 예수께서 세 번째로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때에 베드로는,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이나 물으시므로, 불안해서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먹여라.” (새번역)

어저께 제가 한 교우의 집안에 혼사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신랑 신부가 혼인서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생명이 다할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넉넉할 때나 어려울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변함없이 그대를 사랑하고 보살피며,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에 따라, 부부로 살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라고 사랑의 약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어린 순간이지 않습니까? 역사적인 약속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신랑 신부든지 혼인서약을 할 때면 얼굴에 홍조를 띱니다. 신랑은 먼저 서약을 마치고, 신부의 서약하는 얼굴을 바라봅니다. 신부의 머리에 쓴 면사포 앞자락이 바르르 떨립니다.

내일에 있을 행복한 날들도 꿈꾸고 있겠지만, 살림살이의 온갓 어려움들과, 해산의 어려움들과, 여러 모양으로 닥쳐올 세상의 풍파들을 내다보며 사랑의 맹약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혼인서약은 단순한 ‘로맨틱 이벤트’로 보이진 않습니다. 엄청난 책임을 동반하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버지와 제 어머니는 1939년 평양 어느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합니다. 식을 마치면, 북한의 최북단인 경흥군 웅상이라는 시골교회에 목사로 부임하라는 발령을 이미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두 분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사랑의 약속을 하셨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제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에는 올망졸망한 다섯 자식을 데리고 평양서 제주도 서귀포까지 피난을 해야 했었고, 어머니는 40대에 아버지와 사별하고 일곱남매를 양육하시느라, 보따리 장사로 시작해서, 반포아파트 미화원까지 하시면서 아버지와의 사랑의 약속을 이행하셨습니다.

베드로가 갈릴리 해변에서 예수님과 사랑의 맹약을 하고 나서, 주님께 당부 받은대로 양무리들을 보살피며 지내다가 마침내 로마로 가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릴 때까지 그 사랑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예수님 앞에 사랑의 고백을 바칩니다. 그 고백에 뒤이어서, 믿음의 형제자매들은 하나님 나라의 엄청난 역사를 곳곳에서 이루게 됩니다. 이 웅장한 행진이, 점점 우렁찬 발자국소리를 내면서 ‘마라나타’ 기원이 성취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기도> 많은 성도들의 사랑의 서약을 기다리시는 주님, 사랑의 약속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열매를 맺게 인도해 주시니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온 세상 가득히 주님의 사랑의 열매가 풍성히 열리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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