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4장 1-6절 :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아라. 하나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고 너희에게 말했겠느냐?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내가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나에게로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함께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도마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우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
정확하게 29년 전, 1992년 8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서 저는 이른 새벽 꾼 꿈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천국과 지옥의 꿈이었습니다.
2일 새벽에는 지옥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옥은 온 누리가 어두컴컴했는데, 색깔은 어디를 보나 회색과 고동색의 중간 색깔이었습니다. 저와 동반한 무리들은 무엇으로 엮어졌는지 일렬로 엮이어 천천히 어디론가 걸어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시설물 앞에 모두 멈춰 섰습니다.
그 시설 안쪽에서부터 마치 맹수들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대단히 음산했습니다. 마치 비명소리와도 같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공포에 휩싸였지만, 어느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치 어떤 형벌이든지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듯 했고, 아예 체념한 것 같이도 보였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듯 초조하게 떨고 서 있는 대열에서, 저 한 사람은 벗어났습니다.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그 공포스런 분위기를 과연 내가 벗어난 것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그곳을 벗어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날 하루는 종일 이 꿈에 보았던 불길한 영상에 사로잡혀 지냈습니다. 왜 그런 불길한 꿈을 보여 주신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 다음날인 3일 새벽에 또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하늘나라의 꿈이었습니다. 저는 마치 패키지 투어를 하는 관광단에 끼여 있는 일행처럼 기분 좋게 하늘 나라를 여행하면서 천국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었습니다. 인도자는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능숙한 솜씨로 우리들을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들뜬 기분으로 우리는 어떤 밋밋한 동산에 올랐습니다. 꽃들이 화사하고, 사면은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도자에게 다투어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학적인 내용의 질문도 있었고, 역사에 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잘 해명이 되지 않았던 것을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행 중 어떤 사람이,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미궁의 사건이었던 어느 이름난 사건에 대해서 그 진상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인도자는 빙긋이 웃으며, 여기 화면을 좀 보라면서, 스크린 하나를 하늘에서부터 아래로 늘어뜨리고는 화면에 주목해 달라고 했습니다. 화면에는 부드러운 등불 빛이 열 댓 개가 켜졌다 꺼졌다 했습니다. 일행 일동은 모두 “아, 그런 사건이었군요” 하면서 탄성을 발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또 다시 언덕을 내려와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기막힌 하늘나라 경치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경탄하는 소리를 멀리 들으면서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연 이틀을 하늘나라, 천국과 지옥의 꿈을 꾸고 일어난 날, 저는 이 꿈들이 심상치 않은 꿈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이 꿈들을 음미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평소에 사후생에 관해서 약한 믿음을 가지고 천국과 지옥을 말해야 하는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단편적으로라도 경험하라고 저에게 한번 보여 주셨던 하늘나라의 체험이라고 생각하며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생시에 몸이 들리워 하늘나라 삼층천에 올라갔던 사도 바울의 신령한 경험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경험을 했지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두고 온 본향은 천국입니다. 그러나 천국의 영화로운 ‘시설’에 관심 두기보다, 먼저 가 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될 날을 사모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온당한 생활태도라고 믿습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저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주셔서, 인격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게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날에 다시 뵈올 주님을 사모하며 사는 것이 저희들의 생활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