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어떤 찬송을 부르시나요?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사도행전 16장 22-34절 : “무리가 그들을 공격하는 데에 합세하였다. 그러자 치안관들은 바울과 실라의 옷을 찢어 벗기고, 그들을 매로 치라고 명령하였다. 그래서 이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그들에게 매질을 많이 한 뒤에, 감옥에 가두고, 간수에게 그들을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하였다. 간수는 이런 명령을 받고, 그들을 깊은 감방에 가두고서, 그들의 발에 차꼬를 단단히 채웠다. 한밤쯤 되어서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죄수들이 듣고 있었다. 그 때에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서, 감옥의 터전이 흔들렸다. 그리고 곧 문이 모두 열리고, 모든 죄수의 수갑이며 차꼬가 풀렸다.” (새번역)

제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찬송 소리가 있었습니다.

1) 평양 북동편으로 이천이라는 자그마한 촌락이 있습니다. 한때 남파간첩들을 훈련하는 제124군부대가 있다는 소문의 마을입니다. 거기 있는 교회는 한국전쟁 이전에 이미 인민군에 차압 당해서, 교회당이 훈련소 숙소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주일마다 교인들은 대동강 모래톱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홉 살 어린이로 그들 회중 속에 파묻혀 그분들이 부르던 찬송소리를 인상깊게 들었습니다. “믿음이 이기네, 믿음이 이기네, 주 예수를 믿음이 온 세상 이기네” (찬송가 397장)

2) 뚜껑이 없는 피난열차라도 올라 타기만 하면, 열차는 야음을 타고 피난민들을 남으로 남으로 조금씩 이동시켜 주었습니다. 개성에서 서울을 향하던 밤이었습니다. 같은 열차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부르던 한 소녀의 노래는 제가 처음 듣는 성탄노래였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 노래의 주인공은 지금 어디서 신앙생활을 하는 노파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예수 탄일 기쁜 탄일 축하하라고 예배당 종각에서 종소리 나네, 흰 눈에 섞이어서 뎅 뎅 뎅 종소리 나네.”

3) 부산 초량동 피난민 수용소는 빼곡 피난민들로 들어찼습니다. 소등은 되었어도, 난방시설도 없고, 전등도 없는 캄캄한 수용소 안에는 굶주림과, 추위와, 피곤에 지친 피난민들이 잠 못 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수용소 한 귀퉁이에서 소녀 둘이 이중창으로 부르는 찬송이 들려 오고 있었습니다. “자비하신 예수여, 내가 사람 가운데 의지 할 이 없으니 슬픈 자가 됩니다. .. 저를 보호하시고, 항상 인도하소서” (찬송가 450장)

4) 피난을 제주도까지 갔습니다. 유엔군 배가 피난민들을 화순항에 내려 주었습니다. 이튿날 하루 종일 걸어서 60리 떨어진 서귀포읍까지 걸어갔습니다. 눈은 부슬부슬 내리고, 수천 명의 피난민 대열은 흙길인 신작로로 한없이 걷고 있었습니다. 그 한 복판에서 바리톤으로 소리 높여 성가곡을 노래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제 아버지였습니다. “오 문들아, 머리를 들지어다. 만 왕의 왕들아, 영광의 왕이 들어가신다. 만 왕의 왕이 뉘시냐. 전쟁에 용맹하신 주 여호와시로다.” (헨델 ‘메시아’ 오라토리오 중에서, 시편 24편)

5) 오늘의 본문을 봅시다. 바울과 실라는 빌립보에서 탄압자의 손에 넘기웠습니다. 옷을 찢기고, 매를 많이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재판을 받게 하려고 지하 감방에다 차꼬로 채워서 투옥했습니다. 한밤중이었습니다.

몸은 매를 맞아 아픈 곳 투성이고 처절한 그들의 입장에서 노래가 나올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슨 노래였을까요? 아무런 힌트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울과 실라가 양해를 해 주신다면, 제가 짐작이 가는 노래가 있습니다.

히브리 곡조로 시편송을 불렀을 듯합니다. 아마도 시편 27편이나 시편 130편을 노래했을 것 같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27:1) 아니면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나이다.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130:1-2)

찬송은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의 간곡한 기도였고, 확신에 찬 신앙고백이었으며, 그들의 비장한 결단의 외침이었고, 믿음의 행동이었습니다. 비록 절망 속에서라도 찬송으로 신앙의 맥을 이어갑시다.

<기도> 저희에게 찬송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옛 성도들의 찬송의 기도를 응답하여 주신 하나님, 깊은 곳에서 아뢰는 저희의 찬송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