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9장 57-62절 : 그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또 예수께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제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여라.” 또 다른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집안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손에 쟁기를잡고 뒤를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새번역)

구약시대의 성직은 열 두 지파 가운데 하나인 레위지파가 맡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성전의 일을 비롯한 각 지방의 회당을 지키며 종교행사 이외에도 각급 지방의 행정업무를 맡았습니다. 모든 국민들은 십일조를 바치는데 레위인들의 생활비는 그 십일조에서 지출되었습니다.

신약시대에 와서 초기 기독교의 신생 교회들을 맡고 있는 사역자들은 자발적으로 자비량의 방식으로 연명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9장 9절 이하에서 “율법에 기록하기를 ‘타작 일을 하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 하였습니다. … 이와 같이 주님께서도,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일로 살아가라고 지시하셨습니다.”고 말한 것을 준칙으로 해서, 신도들의 헌금으로 생활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국교가 되었던 중세 기독교는 교회들이 대지주로서 자연히 교회의 금고가 넉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인사권과 재산치리권을 가진 교회지도자들의 경우, 많은 부정부패가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교개혁기 이후의 교회들은 교구제도를 가지지 않은 대부분의 교회의 경우, 개체교회 위주로 포교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재정관리 역시 개교회별로 자체관리를 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개체교회가 왕성하게 발전하면서, 기독교의 교세가 확장된 것 만은 사실입니다.

이제, 21세기의 교회를 봅시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비록 이 유행병이 백신주사와 치료제가 발명되면서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으리라고 보지마는, 변이된 유행병이 다시 인류를 강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향후 교회가 어떤 상황에 부딪치게 될런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여기서 구태여 ‘적자생존(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이 살아 남음)의 법칙’이나 다윈의 ‘자연도태설’을 인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교회가 ‘자연도태’의 굴레에 잡힐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Covid-19가 발생하고 지난 1년 반 동안 교회의 상황을 보면 선교가 대폭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21세기를 지나는 동안에 교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가 대체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성직후보자 발생의 추세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비록 성직자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받게 될 경제적인 압박은, 오늘날 중국의 목회자들이 당하고 있는 경제적인 압박 못지 않게 힘들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래서 오늘의 성경본문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열렬한 사명감으로 성직에 나서야 할 것이고, 교회의 주축인 성직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비록 적은 수의 신도들이라 할지라도, 함께 힘을 합해서 교회와 성직자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신학교 교육은 자급성직자를 훈련하는 신학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성직과정은 ‘더블 메이저’(복수 전공 과정)로 형성되어야 할 것이며, 모종의 비상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도> 사랑의 주님이시여, 이 시대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그들이 비록 핍박과 고생을 각오하고 성직의 길에 섰더라도, 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해서 성직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주여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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