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에게만 ‘사랑의 질문’을 하시는가?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21장 15-18절 : 그들이 아침을 먹은 뒤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 내 어린 양 떼를 먹여라.”

예수께서 두 번째로 그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쳐라.”

예수께서 세번째로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때에 베드로는,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이나 물으시므로, 불안해서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 떼를 먹여라.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를 띠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녔으나, 네가 늙어서는 남들이 네 팔을 벌릴 것이고, 너를 묶어서 네가 바라지 않는 곳으로 너를 끌고 갈 것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베드로가 어떤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인가를 암시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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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오니 일변 반갑기는 해도, 그간 대제사장의 집 안뜰에서 자기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씩이나 소리 치며 부인했던 일을 기억하면서, 부끄러움과 송구스러움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단독 면대하자고 하십니다. 이제 바야흐로 예수님께로부터 크게 경을 칠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드로는 마음 속에 각오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변명의 궁리도 해 보았을 것입니다:

… ‘그까짓 문지기 하녀나 대제사장의 종에게 당할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일단 신분노출을 면하려 했고, 나중에 때를 보아 결투를 벌인 후에 주님을 모시고, 제사장 집에서 탈출할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각오는 있었다고 말씀을 드릴까..?

그런데 마주 서신 예수님은 잠시 조용히 베드로의 얼굴을 응시하시더니, 말문을 여셨습니다. “시몬 베드로, 날 사랑하시지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베드로는 온 몸이 떨렸습니다. ‘음, 이렇게 고단수로 야단을 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마 두 번째, 세 번째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을런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 번 씩이나 ‘사랑의 맹세’를 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기습에 베드로는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네, 주님, 제가 비록 나약한 인간이지만, 제 중심을 아시는 주님께서, 제게 다시는 변절하지 않는 인격을 지닐 것을 다짐하고 싶어 하시는 마음, 이제 잘 알겠습니다.’

“내 양무리를 돌보기 위해 네가 얼마나 큰 시련을 겪어야 할런지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시는 말씀으로 베드로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대화를 베드로에게 내리신 교회감독권을 재입증하신 대화였다고 말합니다. 베드로에게 처음으로 교회감독권을 부여하신 것은,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에서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했을 때에,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마16:18)고 하셨을 때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견해지요.

여기서 베드로의 교회감독권을 부인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라고 고백하고, 또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라고 사랑의 고백까지 아뢰면서, 하나님 나라 사역에 자발적으로 동원되는 것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 가운데는 물론 목사님들도 계시고, 장로님들도, 그리고 권사님들과 집사님들도 계시고, 주일학교 교사분들과, 심지어 ‘무등병’ 교인들도 수없이 계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요한복음 21장 15절 이하에 나오는 ‘사랑의 고백’ 대화는 베드로에게만 향하신 말씀일까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주님의 질문이시지요. 날마다, 시간 시간마다 우리들에게 물으며 다가서시는 주님의 질문이신 것입니다.

이 아침에도 다시 주님 앞에 우리들의 행복한 사랑의 고백을 드립시다. “주님, 제가 주님을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기도> 찢기신 못 자국의 손으로 저희들의 손을 붙들고 사랑의 고백을 시키시는 주님, 주님을 사랑합니다. 이 아침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저희에게, 양무리를 돌보라고 당부하시는 주님의 분부를 들으며, 오늘의 일을 시작합니다. 주님, 제 안에 계심을 빕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