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양육에 만 명이 동원되었어요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고린도전서 3장 5-9절 : “그렇다면 아볼로는 무엇이고, 바울은 무엇입니까? 아볼로와 나는 여러분을 믿게 한 일꾼들이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각각 맡겨 주신 대로 일하였을 뿐입니다. 하나는 심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심는 사람이나 물 주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요,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새번역)

요한복음 4장 35-38절 : 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 때가 된다고 하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서 밭을 보아라. 이미 곡식이 익어서 거둘 때가 되었다. 추수하는 사람은 품삯을 받으며, 영생에 이르는 열매를 거두어들인다. 그리하면 씨를 뿌리는 사람과 추수하는 사람이 함께 기뻐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은 심고, 한 사람은 거둔다’는 말이 옳다. 나는 너희를 보내서, 너희가 수고하지 않은 것을 거두게 하였다. 수고는 남들이 하였는데, 너희는 그들의 수고의 결실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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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목사님 집안에서 태어나서 맨날 보고 들은 것이 성경, 찬송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기상동작으로 아침기도에 둘러앉아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한 장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복음이 제 어린 마음에 심어졌을 것이지만, 사실상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습니다. 다만 제 부모님의 경건한 생활에서 저는 가장 크게 훈육을 받았습니다.

어려서 다녔던 주일학교는 여러 곳이었습니다. 평양 중앙교회, 그리고 칠성문교회, 서귀포피난민교회, 부산성남교회, 부산남부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분들, 서울 남부교회의 중등부 교사였던 분, 고등부 교사였던 분, 모두가 제게 복음의 씨를 심으시려고 애쓰신 분들이었습니다.

특별히 제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만난 영어교사 한 분이 수업시간 틈틈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비록 짧지만 퍽 인상적인 말씀을 종종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이 고맙게 기억됩니다.

신학교에 입학해서 저를 가르치신 고마우신 분들이 여러 분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즈음에는 주로 책을 통해서 저는 기독교를 파고 들었습니다. 가령 도스토엡스키, 톨스토이의 책들이 번역되어 있어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반기독교적인 책들, 버트란드 럿셀의 책에 너무 심취했었기 때문에, 한참 제 속에 혼선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책을 읽은 것이 후회스러운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노상 해로운 독서는 아니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일종의 ‘백신주사’였다고 회상합니다.

직장생활을 주로 기독교기관에서 했기 때문에 수많은 목사님들, 장로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설교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를 이끄신 분이 누구냐 제게 묻는다면, ‘누구’라고 대답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하나님께서 제게 복음의 씨도 뿌리셨고, 자라게도 하셨다고 말해야 합니다. 저를 이만신 목사 앞으로 인도하신 분도 결국 하나님이시고, 저를 신현균 목사 앞으로 인도하신 분도 결국 하나님이시고, 저를 ‘사랑의 동산’, ‘복음학교’로 인도하신 분이 모두 하나님이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를 성직자 신분으로 살게 하셔서, 여러 교회를 섬기게 하셨지만, 제가 신도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제가 신도들에게서 신앙을 배우는 기회였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맙고, 또 한 편 부끄러운지 알 수 없습니다. 실상 저는 그 신실한 신앙인들에게서 신앙을 훈련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 신앙은 자라나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므로 제 신앙의 씨앗을 심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교사들이 동원되었고, 그 과정에서 저를 양육하신 분은 오로지, 끈질기신 믿음의 하나님께서 저를 양육하신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할렐루야!

<기도> 은혜로우신 하나님, 이 부족한 것의 구원을 위해서 오랜 세월 애쓰신 하나님께서 마침내 하늘 곳간에 이 몸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귀하신 하나님의 계획이 성공하시기를 빕니다. 할렐루야, 홀로 영광 받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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