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6장 7-15절 :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말아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공동번역)
하느님께서 우리에게서 듣고 싶어하시는 기도문이 어떤 기도일까요? 바로 그 기도가 주님의 기도일 것입니다. 빈말을 되풀이하는 기도라든지, 하느님께서 이미 알고 계신 상황에 대해서 장황하게 언급하는 기도는 싫어하신다고 하셨습니다.(마6:7-8)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기도하라고 기도문을 자상하게 일러 주셨습니다.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개역성경의 피동태 문장을 능동태 문장으로 고치면 힘이 있을까 하여, 공동번역에서는 원문을 의역해서 이렇게 고친 것입니다. 어떻든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도록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라는 뜻의 기도가 주기도문의 첫 마디인 것입니다. 전도(선교)의 의지를 담은 것이 이 첫 기도문입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나라’라는 것은 주권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주권이 온 세상을 다스리시옵소서. 이런 기도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허망한 주의, 주장들은 모두 하느님의 주권 앞에 포기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주권 만이 권위를 가진, 살아있는 주권이 되게 하시옵소서. 이런 기원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하느님의 계획이 이 세상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또 하느님의 가치관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를 우리는 바랍니다. 인간의 가치관 가운데 ‘자유’라는 오용되기 쉬운 가치관이 있습니다. 그 ‘자유’라는 이상(꿈)을 가지고, 반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내세우려고 하는 일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인간이 자유를 향유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양식이 있어야 사람은 삽니다. 양식은 농부와 어부, 그리고 축산업 종사자들의 수고로 얻어집니다. 그러나 이 모든 양식(의식주)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주로 씨 뿌리는 일과 거두는 일 뿐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소작물들을 백 배, 천 배로 거두게 해 주시는 뜻은, ‘서로 나누어 먹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기를 기도하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이라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인간이 하느님의 용서와 이웃의 용서를 받아야 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의 기본자세를 ‘용서’로 정해 주셨습니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인간은 짐짓 유혹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날 왜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인간으로 지으셨나” 하면서 죄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담과 하와가 빠졌던 근본적인 유혹입니다. 하느님을 시험한 것입니다. 인간을 이런 나약한 인간으로 지으시지 않았습니다. 단호하게 죄를 거절할 수 있는 성령의 능력을 베풀어 주십니다. 그러니까 이 기도는, 죄악을 거절할 수 있는 의지를 잃지 않겠습니다. 이런 선언인 것이지요.
<악에서 구하소서> 이 기도 역시, 악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선언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악’이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교묘한 방법으로 인간을 파고 들 수가 있으므로, 그런 악의 모든 침투까지도 막아낼 수 있게 도와 주시기를 비는 기도인 것입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이 주기도문의 결어는 애초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어떤 사본은 괄호 안에 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믿음의 선조들은 이 기도를 했습니다. “저(기도가)의 주권과 권위와 충성은 오로지 하느님 한 분께 바치겠습니다.” 이런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