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8장 18-22절 : 예수께서, 무리가 자기 옆에 둘러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씀하셨다. 율법학자 한 사람이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말하였다. “주님,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죽은 사람의 장례는 죽은 사람들이 치르게 두어라.” (새번역)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권을 취득하기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온 국민이 외화벌이로써 한국 경제를 일으켜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공연히 해외여행을 해서 외화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여권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 외무부 여권과에 여권을 신청하면, 대부분의 경우, ‘불요불급’(여권 발행이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다고 판단됨) 이라는 회답을 얻을 뿐,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미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람 중에서, 자기 아버지의 장례를 좀 치르고 오겠다고 예수님께 말씀을 드리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죽은 사람의 장례는 죽은 사람들이 치르게 두라” 하셨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예수님께서 ‘불요불급’ 판정을 내리신 것입니다.
또한 ‘율법학자’면, 인쇄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 일일이 성경을 필사하는 것으로 성경을 한 권 씩 생산해 내는 일을 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또 랍비들의 성경 주석서를 필사하는 일도 했습니다. 그런 신분의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그래라’ 라며 환영을 해 주시지는 않고, 대신에 ‘내 제자가 되는 일은, 집도 없이 떠 다녀야 하는 일을 네가 감당할 것 같지 않다’ 하신 분위기였습니다. 아마도 그가 옷을 말쑥하게 빼입은 ‘댄디족’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은 피 터지는 영적 투쟁이 연속되는 일이고, 일종의 ‘특공대’ 일입니다. 체력이 좋아야, 이 특공대 멤버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학력이 있거나, 전술에 능해야 멤버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하늘 나라 건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이 조건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직은 물론이고, 신자가 되는 일 자체가 인생의 ‘악세서리’ 일 수도 없고, 취미활동일 수도 없습니다. ‘임파써블 미션’ 을 수행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운동인 것입니다. 마음과 뜻과 힘과 목숨을 다해서 이바지해야 할 일입니다.
요즈음, 미니멀리즘이 유행인데, 정신건강을 위해 잡다한 일을 자신의 삶에서 덜어내는 일인 듯 보입니다.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한 미니멀리즘은 어떨까요?
<기도> 주 하나님 아버지, 공허한 기도를 하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하나님 나라 운동에 저희의 마음과 정성이 드려지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