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133편 1-3절 :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머리 위에 부은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을 타고 흘러서는 옷깃까지 흘러내림 같고,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산에 내림과 같구나. 주님께서 그곳에서 복을 약속하셨으니, 그 복은 곧 영생이다. (새번역)
제가 다니던 학교는, 미국 워싱턴 D.C. 와 맞붙은 노던 버지니아의 오래된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있었습니다. 학생이 총 2백 명 밖에 안 되는 아담한 학교였습니다. 대부분이 미국인 학생들이고, 국제학생들이 약 20명 가량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이스라엘에서 온 사무엘 파누스라는 키가 훤칠한 팔레스타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1985년은 미국이 아랍계 어느 나라와 전쟁을 하던 중이었고, 전황은 때때로 특별방송으로 소개되곤 했습니다. 어느 날 미국의 대폭격에 의해서 상대국의 핵심부가 전멸을 당한 뉴스가 정오를 기해서 전 미국국민에서 전달되던 날이었습니다.
온 캠퍼스가 떠나갈 정도로 뉴스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이 결정타를 입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치 야구장에서 홈런을 쳤을 때 환호같은 우렁찬 소리가 학교 전체를 들었다 놓았습니다.
사무엘 파누스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에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교실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저녁식사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 기숙사 방은 바로 그의 방과 마주보는 방이었기 때문에 문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돌려 보았지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방안에서 잠근 것입니다. 직감적으로 그가 상심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연 사흘째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학생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학교 당국에도 알렸습니다. 그래서 그의 지도교수가 문 앞에서 상담요청을 하고 드디어 들어가 사무엘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아무리 전쟁이라 하더라도, 신학생이라는 신분의 사람들이, 한 유학생의 동족들이 수없이 무참히 죽어가는 뉴스 앞에 그토록 환호하는 것이 슬퍼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진솔한 마음을 전해 주었습니다.
학생회에서는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송구함을 그에게 전했고, 그는 다시 식당과 교실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를 위로하고, 기분을 풀어 주느라 애를 썼습니다.
하루는 사무엘이 자신이 사랑하는 악기 아코디언을 들고 기숙사 문을 나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히브리어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힌네 마 토브, 우마 나임, 셰벳 아힘 감 야하드”. “형제가 뭉치어 살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로 오늘의 시편 첫 절이었습니다. 오래된 히브리 선률로 노래를 하면서 덩실 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저도 비올라를 들고 나가서 그의 뒤를 좇아 합세했습니다. 온 기숙사 생들이 더러는 악기를 들고 나오고, 악기가 없으면 그냥 춤의 대열에 서고 해서, 축제 같은 한 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그 날의 감격을 잊지 못합니다. 이것이 시편송의 위력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시편 133편 1절로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아버지, 우둔한 우리들이 갈등과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서로 반목 질시하며 살고 있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서로 화목하고, 모두가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로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성령께서 역사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