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사람을 부르실 때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출애굽기 3장 1-2, 4-6상, 7, 10절 :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인 그의 장인 이드로의 양 떼를 치는 목자가 되었다. 그가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서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갔을 때에, 거기에서 주님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으로 그에게 나타났다. 그가 보니, 떨기에 불이 붙는데도, 그 떨기가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 모세가 그것을 보려고 오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이 떨기 가운데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모세가 대답하였다. “예,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 하나님이 또 말씀하셨다. …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나의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또 억압 때문에 괴로워서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고난을 분명히 안다. … 이제 나는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나의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게 하겠다.” (새번역)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일을 시키시기 위해서 사람을 부르실 때에는 어떤 특이한 일로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으로 시작하신다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모세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떨기나무가 불에 타고 있는데도 그 떨기나무는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서, 불길이 계속 타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너무도 의아스러워서 모세는 불길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세는, 자기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다메섹으로, 기독교인들을 색출해서 말살하려고 가던 길에서 주님을 만납니다. 프랜시스는 중병을 앓고 난 이후, 회복기에 있을 때에 “나의 쓰러진 교회를 재건하여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신비로운 방법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인들의 경우를 보면, 그들을 부르셔서 하나님의 일을 시키실 때에, 그다지 신비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부르신 것을 봅니다.

가령, 4세기의 밀라노 지방의 집정관으로 있었던 암브로스를 생각해 봅시다. 그는 성직자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주교 선출 문제를 두고 견해가 다른 교인들이 서로 의견충돌을 일으켜 교회 안에서 큰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치안을 담당한 집정관인 암브로스가 회중들 앞에 질서를 지킬 것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어린이가 그의 연설을 듣고 있는 회중 속에서 말하기를, “집정관님을 주교로 세웁시다.” 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철부지의 발상이냐’ 하고 웃어 넘기려 했지만, 이것은 하나님께서 이 어린이의 입을 통해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보고 투표를 하자고 했습니다.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암브로스가 주교로 추대되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극히 평범한 일로 볼 수 있는 일이든가, 또는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이라도 주의깊게 생각하고,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는 말씀입니다.

암브로스에게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고, 나중에 주교가 된 어거스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직업은 대학교수이면서 이교도의 나락에 빠져 이중인격으로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담장 너머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래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가사는 “들고 읽어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얼른 집으로 달려가 서재에서 성경책을 집어 들고 읽은 곳이, 로마서 13장 11절 이하인 것은 너무나 이름난 일화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처음 믿던 때보다 우리의 구원이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

코로나 상황은 우리들을 많이 고독하게 지내도록 만듭니다. 그럴수록 하나님과 조우(우연히 서로 만남)할 기회도 많아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복된 기회’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 각자의 인생 최대의 ‘찬스’일 수가 있습니다. 이 코로나 상황, 더구나 무더운 한여름일지라도 하나님의 다양한 음성에 귀 기울이시며 뜻있게 보내십시다.

<기도> 하나님, 무덥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우기 적적합니다. 하지만 이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기회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며, 성령 안에서, 제게 다가서시는 하나님의 발자국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인도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