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의 축복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출애굽기 20장 8-11절 :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너희는 엿새 동안 모든 일을 힘써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주가 안식일을 복 주고,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다. (새번역)

외국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근처에 유대인 회당이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유대인 청년들이 정장을 하고 뛰는 광경을 봅니다. 회당에 시간 맞춰 가려고 뛰는 청년들이었습니다. 해가 떨어지면 그들의 안식일이 시작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고, 안식일이 시작되는 시간에 먼저 예배로 그들의 안식을 시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생에게만 안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만물에게 안식이 필요합니다. 많은 생명체들은 낮에 일하고 밤에 쉽니다. 적지 않은 생물들은 겨울에도 쉽니다. 사람들은 밤에도 쉬고, 한 여름과 한 겨울에도 쉬고, 안식년에도 쉽니다.

성능 좋은 기계도 쉴 때가 필요합니다. 고장 배제를 위해 기계를 멈춥니다.

인생도 고장이 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생깁니다마는, 정신적인 고장이 더 큰 문제가 되곤 합니다. 인생이 ‘궤도 이탈’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아예 궤도 이탈을 하는 것은,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고장 배제 정도가 아니라, ‘궤도 재진입’을 위한 특별한 기회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위해 하나님께서 두신 장치가 ‘안식’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안식이 필요 없으셨지만, 인간에게 안식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 안식하셨던 것입니다.

이레에 한 번 쉰다는 것은 최소한의 안식 규정입니다. 다만 엿새는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신에 이렛날은 반드시 안식을 해야 하는, 즉 하나님 앞에서 인생 고장 난 것, 인생 궤도 이탈한 것, 이런 것들을 바로 잡으라 하셨습니다.

안식을 위해서 교회가 있고, 안식(인생 고장배제, 인생 궤도재진입)을 위해서 그 지침서로 성경이 있고, 안식 전문가로 목사님 신부님들이 계신 것입니다.

목사님과 신부님들은 ‘안식일’에 오히려 더 바쁘게 일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안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성직자들 만이 아니고, 현대사회의 기능 상, 일요일에 쉴 수 없는 이들, 가령 대중교통 종사자, 군인, 안전공무원, 식당과 일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안식의 다른 기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식일을 일요일 24시간 만으로 국한하는 교회의 규정은, 벌써부터 좀 융통성이 필요했습니다.

안식은 하나님께서도 지키신 법입니다. 이것은 안식의 규정을 엄히 지키라는 뜻이 됩니다마는, 안식일을 엄히 지켜야 할 이유는, ‘인생 고장’ ‘인생 궤도이탈’을 염려하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초점을 흐리면 안 됩니다.

제가 회심하던 날도 1975년 어느 주일 날이었습니다. 성령께서 친히 저를 인도하셨습니다. 조용히 성경을 펼쳐 놓고,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고, 저의 고장난 인생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인생 궤도재진입을 위한 간절한 기원을 했던 날이 제 첫 안식일이었습니다. 아주 복된 안식일이었습니다. 그후 저는 교회로 돌아왔고, 하나님과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는 즐거운 삶을 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기도> 안식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때를 바라보면서, 땅에 사는 동안 하늘의 안식을 사모하는 안식의 규정을 잘 따르며 복되게 살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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