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관용과 인내로 다스리시는 하나님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마태복음 18장 21절 -19장 1절 : “그러므로, 하늘 나라는 마치 자기 종들과 셈을 가리려고 하는 어떤 왕과 같다. 왕이 셈을 가리기 시작하니, 만 달란트 빚진 종 하나가 왕 앞에 끌려왔다. 그런데 그는 빚을 갚을 돈이 없으므로, 주인은 그 종에게, 자신과 그 아내와 자녀들과 그 밖에 그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서 갚으라고 명령하였다. 그랬더니 종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참아 주십시오, 다 갚겠습니다.’ 하고 애원하였다. 주인은 그 종을 가엾게 여겨서, 그를 놓아주고, 빚을 없애 주었다.

그러나 그 종은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료 하나를 만나자, 붙들어서 멱살을 잡고 말하기를. ‘내게 빚진 것을 갚아라’ 하였다. 그 동료는 엎드려 간청하였다. ‘참아 주게. 내가 갚겠네.’ 그러나 그는 들어주려 하지 않고, 가서 그 동료를 감옥에 집어넣고, 빚진 돈을 갚을 때까지 갇혀 있게 하였다. 다른 종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매우 딱하게 여겨서, 가서 주인에게 그 일을 다 일렀다.

그러자 주인이 그 종을 불러다 놓고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애원하기에, 나는 너에게 그 빚을 다 없애 주었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긴 것처럼,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겼어야 할 것이 아니냐?’ 주인이 노하여, 그를 형무소 관리에게 넘겨주고, 빚진 것을 다 갚을 때까지 가두어 두게 하였다. 너희가 각각 진심으로 자기 형제자매를 용서해 주지 않으면,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새번역) >

1만 달란트는 우리 돈으로 6조원에 해당합니다. 엄청난 빚입니다. 그런 엄청난 빚을 탕감 받은 자가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을 만나, 멱살을 잡고 당장 갚으라고 호령하다가, 결국은 감옥에 가두어, 다 갚을 때까지 갇혀 있게 했다는 것이 비유의 내용입니다.

1백 데나리온은 오늘날의 금액으로 1,200 만원 정도 됩니다. 적은 돈은 아닙니다마는, 자기가 탕감 받은 6조 원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를 못살게 굴었다는 것은 그가 자신이 6조 원을 탕감 받았던 은덕에 대해 전혀 고맙게 생각할 줄 몰랐다는 것을 말합니다.

로마서 2장 1절 이하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남을판단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을 판단하면서 자기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결국 남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 그런 자가 하느님의 심판을 면할 것 같습니까?

더구나 사람을 회개시키러 베푸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기는커녕, 오히려 그 크신 자비와 관용과 인내를 업신여기는 자가 있다니 될 말입니까? 그러고도 마음이 완고해서 회개할 생각도 하지 않으니 이런 자는 하느님의 공정한 심판이 내릴 진노의 날에 자기가 받을 벌을 쌓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공동번역)

저는 지금껏 여러 사람들의 임종기도를 했습니다. 별세를 앞두신 분과 용서를 빌며 화해하실 분들이 함께 말씀을 나눌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서로 용서할 일이 있으면 용서하는 말씀을 나누게 하고, 또 용서를 청하게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죽음을 앞두고 서로 정답게 작별하는 정경을 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죽음을 앞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향해 간곡한 마음으로 용서를 빌면, 도리어 시어머니를 향해, 제가 잘못했어요 하고 며느리가 용서를 비는 것입니다. 화해의 이치는 이론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먼저 용서를 비는 사람이 화해의 주역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피흘리심으로 예수님께서 용서하신 우리들의 죄가 만약 6조원 어치라면, 우리가 우리 이웃에게 용서할 분량이 아무리 커 봐야 1,200 만원 이상 되지 않는다는 뜻인 것이지요. 그러니 용서 못할 일이 어디 있습니까?

저에게 용서를 받아야 할 분들에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선포합니다. “1,200 만원 모두 면제해 드립니다. 모두 용서해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용서를 받아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용서를 빌겠습니다. 제가 알게 모르게, 제게 원한을 품고 있는 모든 분들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를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 앞으로 용서해 주신 줄 믿고 살아도 되겠습니까?

<기도> 화해자이신 하나님, 저희에게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을 수 있게 화해의 길을 열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저희를 묶고 있던 서로의 원한의 끈을 주님 안에서 모두 풀고 살아 가게 인도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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