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사사기 6장 17-18, 20하-24절 : 기드온이 또 주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나를 좋게 보아 주신다면, 지금 나에게 말씀하시는 분이 정말로 주님이시라는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내가 예물을 꺼내와서 가져다 놓겠으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떠나지 마십시오.” 그러자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
기드온이 그대로 하였더니, 주님의 천사가 손에 든 지팡이 끝을 내밀어, 고기와 누룩 넣지 않은 빵에 댔다. 그러자 불이 바위에서 나와서, 고기와 누룩 넣지 않은 빵을 살라 버렸다. 그런 다음에 주님의 천사는 그 앞에서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기드온은 그가 주님의 천사라는 것을 알고, 떨면서 말하였다. “주 하나님, 내가 주님의 천사를 대면하여 뵈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는 죽지 않는다.” 기드온은 거기에서 주님께 제단을 쌓아 바치고는, 그 제단을 ‘여호와 샬롬’이라고 불렀다. (새번역) >
오늘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사사 가운데도 용맹한 사사, 기드온의 이야기입니다. 퍽 신화의 한 토막처럼 들리는 이야기이지만, 이 역사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바는,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 평화의 길에 관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하나님과 화해한 백성 만이 평화가 보장된다’는 말씀입니다.
우상의 신전들을 모두 부수고, 하나님께 돌아와 하나님과 화해한 기드온은, 그의 수하의 용사들과 함께 전쟁에 나갈 때에 하나님의 결정적 도움을 받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평화를 약속 받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제단을 쌓고 그 곳을 ‘여호와 샬롬’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스라엘 만의 평화에 기여한 일이었지, 주변 모든 민족들의 평화의 보편적 개념이 못되었습니다.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진정한 평화의 길이 신약시대에 와서 완성되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세계 만민을 향하여 권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로서 그분을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이것은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를 시켜 호소하시는 말씀입니다.”(고린도후서 5장 20절, 공동번역)
즉,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화해하는 길 만이 평화의 길이라는 말씀인 것이지요.
한때 평화군(Peace Corps)이라는 단체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단체로서 그 멤버들은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직업인으로 살면서 그 나라에서 친구를 널리 사귀면서 지냅니다. 비록 미미한 소수의 국제적 친교활동에 불과하지만, 이런 활동이 확대되면 자연히 세계 속에는 평화가 올 것이라는 다분히 기독교적인 발상이 엿보이는 운동이었는데, 지금은 활동이 많이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가장 본격적인 평화운동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계에 전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세계 만민이 하나님과 화해하면, 즉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면, 세상에는 전쟁이 그치게 될 것이고 평화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우리 기독교는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래의 역사를 보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의 기독교 국가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식민지에서 혹독하게 살육하고, 불의한 착취를 자행해서, 평화는 커녕, 갈등과 전쟁을 몰고 온 역사를 우리는 압니다. 진정 마음 속 깊이 통절히 회개하지 않으면 안될 일입니다.
정의롭고 차등이 없는 사회가 되지 않고서는 평화가 올 수가 없습니다. 기독교의 타자지향적인 사랑의 이념을 널리 퍼뜨려 온 세상을 하나의 공동체로 이루어갈 때에, 이 세상에는 평화가 올 것입니다.
이 일의 첫 단추를 끼우신 분이, 만민을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주님이셨습니다. 할렐루야!
<기도> 평화의 주 하나님, 저희 자신이 먼저 주님과 온전히 화해를 이룬 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룸으로 세상에 평화가 깃들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