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돌로매 기념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장 45-50절 : 빌립이 나다나엘을 만나서 말하였다. “모세가 율법책에 기록하였고, 또 예언자들이 기록한 그분을 우리가 만났습니다. 그분은 나사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입니다.” 나다나엘이 그에게 말하였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빌립이 그에게 말하였다. “와서 보시오.”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를 두고 말씀하셨다. “보아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없다.” 나다나엘이 예수께 물었다.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나다나엘이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내가 너를 보았다고 해서 믿느냐? 이것보다 큰 일을 네가 볼 것이다.” (새번역)

이 본문에 나오는 나다나엘이, 열 두 제자의 명단(마태10:2-4)에 나오는 바돌로매와 동일인물이라고 대부분의 성서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나다나엘을 향하여 “그는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없다.” 이 얼마나 극찬입니까? 하지만, 예수님의 공생애 3년 동안, 조용히 주님의 제자들 속에 묻혀서 제자 훈련을 받았을 뿐입니다.

베드로처럼 소란스런 제자들과는 달리, 주님의 어떤 일화 속에도 바돌로매는 그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첫 날 알아뵌 ‘하나님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이신 예수님’을 그저 묵묵히 따랐습니다.

사도 바돌로매를 기념하는 오늘, 동일한 이름, ‘바돌로매’로 불리우며 평생을 사제로 살다 간 일본인 사제 한 분을 동시에 기념하고 싶습니다.

그는 1931년생, 다께우찌 바돌로매 겐따로 신부로서, 일본이 패전하던 당시, 중학교에 재학했습니다. 명문인 게이오대학 영문과를 졸업했고, 1958년에 동경성공회신학원을 마친 후, 부제로, 다음 해에 사제로 안수되었습니다.

바돌로매 사제는 남달리, 일본 교회가 참된 기독교 신앙 위에 서려면 온전한 회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특별히 일본 교회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일본이 범한 죄를 회개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으면, 교회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뉘우침이 참 마음으로 깨달을 때에 오는 것이지 말 만으로 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회중을 바른 역사인식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목회자로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서서히 ‘일본의 회개’ 라는 명제를 목회에 접목하는 일에 힘썼습니다.

그러자 그는 곧 ‘친한파’로 낙인이 찍히고,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몇 몇 일본인 사제들과 더불어 한국을 공식, 비공식 방문하는 계기를 수없이 만들고, 한국인들과의 속깊은 대화를 펼쳤습니다.

한국 성공회와 사제들을 교환 근무하게 하는 일, 선교활동을 한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일, 한국에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당을 짓는 일, 이런 일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또 지역적으로도 한국 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와 남태평양 국가의 교회들과도 연계를 가지고, 교회의 인사교류를 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의 교회에는 해외로부터 일본에 장기체재하면서 신학연수, 또는 목회연수를 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이 노상 수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성공회 내에서 악성 비판을 받기도 했고, 한국 성공회 일부에서도 또한 냉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일본인의 회개운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흘렀고, 그가 88세 되던 2019년 정초, 그만 인플루엔자로 갑자기 별세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가고 없어도, 일본에서, 또는 다른 나라에서 그의 신념, 곧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회개와 화해’의 사역은 계승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도> 모든 인생을 통하여 영광 받으시기를 바라시는 하나님 아버지, 사도 바돌로매를 통하여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셨듯이, 어느 시대에든지 신실한 일꾼들을 일으키사 교회를 부흥케 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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