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5장 4-10절 : 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떼가 걸려 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그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히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이것을 보고,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주님, 나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베드로 및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잡은 고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랐던 것이다. 또한 세베대의 아들들로서 시몬의 동료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다. 예수께서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새번역)
‘신파’라는 영화나 연극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약 10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던 문화풍조였습니다. 모든 인생살이를 감격으로 바라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중에 ‘신파’라는 말은 흔히 조롱하듯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지마는, 그러나 오늘날처럼 무감각해진 시대에는 오히려 필요한 풍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베드로는 누구보다 감격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열정이 있고, 급하며, 직선적이고, 소박합니다. 그는, 장차 오실 메시아는 통치자인 왕의 신분으로 오신다는 왜곡된 통념적 메시야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던 사람입니다.
이렇게 그릇된 메시아관으로 나사렛 예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셔야 한다는 말씀에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님 앞에서 역정을 내며,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까지 대들었던 사람입니다.
이처럼 자기 진심을 드러내니까, 고침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오해와 고집은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후에도 지속되었습니다. 베드로가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서, 어부의 생활로 환원했지 않습니까? 그의 인간성이 극도로 솟구쳤던 시기로 보입니다.
그 후, 갈릴리에서 부활의 주님을 감격적으로 만나고, 사랑의 맹약을 하며, 예루살렘에서 성령강림의 경험을 하고, 이윽고, 복음전파의 주역이 됩니다.
전설에 의하면, 박해자가 그를 십자가형에 처하려 할 때에, “감히 주님의 처형 당하시던 모습대로 처형 당할 수가 있겠습니까? 나를 거꾸로 매달아 주오”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것은 베드로에게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합니다.
지금 ‘불확실시대’니 ‘모호성의 시대’니 해서, 저나 여러분이나 무감각-무감동으로 이끌려 가는 시대에, 베드로의 나이브한 성격에 신앙의 열정을 겸비한 ‘감격시대’ 인성을 본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인간이므로 인간 답게 하나님을 뵙고 싶어하고, 하나님과 더불어 살고 싶어하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베드로 처럼 하나님 안에서 감격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