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람은 겸손하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7장 6-10절 : 예수께서 백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 때에, 백부장은 친구들을 보내서, 예수께 이렇게 아뢰게 하였다. “주님, 더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내 집에 모셔들일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주님께로 나아올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셔서, 내 종을 낫게 해주십시오. 나도 상관을 모시는 사람이고, 내 밑에도 병사들이 있어서, 내가 이 사람더러 가라고 하면 가고, 저 사람더러 오라고 하면 옵니다. 또 내 종더러 이것을 하라고 하면 합니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를 놀랍게 여기시어, 돌아서서, 자기를 따라오는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는, 아직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심부름왔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 보니, 종은 나아 있었다. (새번역)

로마는 큰 제국을 형성하고 있었고, 각 식민지에 총독과 로마군을 파견하여 식민지를 통치했습니다. 식민지 가운데 하나인 유대 나라에도 1개 군단급 로마군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들의 지휘관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중대장급 지휘관인, 백부장들이 곳곳에 파견되어 있었습니다.

수많은 식민지에 로마군을 파견하려고, 제한된 인구를 가진 로마인들을 동원해도 그 수가 모자랐기 때문에, 로마군 안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동원되어 편제를 채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수가 반수도 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 백부장이 병을 고쳐 달라고 예수님께 부탁했던 부하가 로마인일 수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의 가능성은 외국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떻든 자기 부하가 병을 앓고 있었는데, “거의 죽게 되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내과 병이었는지, 외과 병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위중한 병을 고칠 의사는, 다만 예수님 밖에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백부장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 유대인의 장로들에게 좀 가서 요청을 드려 봐 달라고 청했습니다. 유대인의 장로라면, 반로마 의식이 누구보다도 투철한 사람인데, 그들에게 부탁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대인에게서 신망이 두터운 로마 장교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구나 유대인들을 위해 회당을 지어 준 로마인이라는 점을 들어서 장로들이 예수님께 좀 도와 달라고 간청하고 있었습니다.

백부장의 전갈 가운데 가장 예수님의 마음을 감동시킨 것은 그의 겸손한 자세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환자를 만날 장소는 로마군인의 막사일 것이고, 거기에는 로마군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을 것이고, 장교는 부대 내에서 통솔하고 있습니다.

그런 장소에, 존경받아 마땅하신 예수님께서 방문하신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인 줄을 그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침략군’ 부대의 장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그런데 이 백부장은, 구세주로 오셨다는 예수님 앞에 감히 스스로 나서지 못할 비천한 존재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 집까지 오시지 마시고, 다만 한 마디 말씀 만으로 고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 집까지 오시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겸손하게 간청을 하는 백부장의 전갈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는 이런 믿음의 사람을 내가 볼 수 없었다” 하고 탄식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예수님을 배척하고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시는 것이지요.

백부장의 부하는 그 즉시로 병이 나았다고 했습니다(10절).

백부장이 그 후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사렛 예수님이 하나님께로부터 구세주로 세상에 오신 분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는 믿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여생을 살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믿음 때문에 일어난 일들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니, 더 쓸 것이 없습니다.

다만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그 백부장도 역시 그가 있던 곳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의 마땅한 삶을 살았을 것 만은 분명합니다.

<기도> 구원의 하나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풍성한 구원의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 은혜에 합당한 삶을 사는 우리들이 되게 해 주시고, 우리 이웃에게도 겸허하게 사랑을 베풀며 살도록 성령으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