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6장 9절 :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개역개정)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라는 말의 뜻이 무엇입니까? 누구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까? 문맥상으로 보면, ‘아버지’ 라고 호칭을 받는 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여김을 받으소서’ 라는 명령형 문장은,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문장이고, 다만 신적 존재를 향한 기원문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수동태 명령문’이어서, 원문인 그리스어나, 영어에서는 가능한지 몰라도, 한글 문장으로 번역을 해 놓으면, 여간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옵소서”?
한국 기독교인들은 늘 이 번역 기도문으로 기도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별로 어색하지 않겠지만, 실상 이 문장을 처음 보는 한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어색하게 들립니다.
영어 흠정번역(KJV)에서는 “Hallowed be thy name.” 라고 했습니다. NIV(국제번역)는 ‘thy’ 를 ‘your’ 로 바꿔서 “Hallowed be your name.” 라고 했고, NRSV(신개역표준판)도 역시 “Hallowed be your name.” 라고 했습니다. 이 모든 영어번역들은 희랍어 본문에서 직역을 했어도, 그들의 문장 이해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에서는 상당한 고심이 있었습니다. 개역판과 개역개정판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라는 어색한 번역을 했고, 새번역에서도 ‘그 이름이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라고 일부러 번역문장으로 보이게 만든 듯, 번역을 했습니다.
원문과 한글에 모두 충실을 기하려고 애쓴 가톨릭번역은, 무척 고심 끝에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라고 했습니다. ‘거룩히 빛나다’ 라는 새로운 어법을 창안한 것 같습니다.
공동번역의 기초작업은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아예 의역의 방향으로 갔습니다.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온 세상이’ 는 원문에 없는 단어인데, 문장 구성 상 필요해서 삽입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으로 받들게’ 역시 원문에 이런 단어가 없기는 마찬가지임에도, ‘거룩히 여기게’ 라는 말을 대신해서 들어갔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주기도문으로 날마다 기도하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주기도문의 첫 문구를 바로 알고 기도하기 위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원문으로부터 한글로 직역을 해 본다면, “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 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거룩히 여김’ 은 무슨 뜻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나님으로 여김’을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이름이 ‘하나님으로 섬김을’ 받으옵소서” 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서? 저에게서지요. 그리고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하나님으로 섬김을 받으셔야 하실 분이, ‘우리 하나님 아버지’ 이신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이 하나님께 말씀 드릴 기도가 더 무엇이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내 앞에’ 현존하여 계심을 인식하는 사람에게는, 그 인식 자체 만으로도 신앙인의 상당한 단계에 오른 사람으로 인정 받게 될 것입니다.
<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와 온 세상사람들에게서 하나님으로 섬김을 받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