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7장 7-11절 : “구하여라,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찾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열어 주실 것이다. 구하는 사람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사람마다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어 주실 것이다. 너희 가운데서 아들이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에 있으며, 생선을 달라고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너희가 악해도 너희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새번역)
제가 젖먹이 때에, 전혀 보채지를 않아서 이상했다고 제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칭찬으로 들을 수 있지만, 어머니께서는 칭찬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걱정했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가령, 어머니께서는 저를 낳으실 때에, 시골교회 젊은 사모님이셨기 때문에, 낮에 교회 텃밭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젖 먹을 때가 된 것을 어머니는 아시는데, 밭 두렁 그늘에 뉘어놓은 아이가 전혀 보채지를 않고 자기만 하고 있으니, 혹시 자폐아(?)가 아닌가 걱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좀 자라나서 중학교를 가게 될 무렵 동생들이 셋 더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장을 보고 들어오시면 다른 형제들은 장바구니를 기웃거리며 무슨 군것질 거리라도 사 오셨나 모여 드는데 저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으니, 좀 문제가 있다고 보셨다는 겁니다.
이런 성격으로 자라난 저는, 기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전지 전능하시므로, 다 알아서 해 주시면 되는 것인데, 뭔가 기도로 부탁 받으시기를 좋아하시는가, 오랫동안 그런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도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교회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교회 터를 장만하느라 시내를 쏘다녔는데, 마침내 계약한 땅이 너무 비싼 것이어서, 중도금 치를 날은 다가오는데, 대책이 없는 겁니다. 저는 하나님께 매달려 졸라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평생 졸라댄 일이 없었던 저는 어떻게 하나님께 조를까 생각하다가 교회 제대 곁에서 농성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예 집에서 이불을 가져다가 제대 곁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제단의 촛불을 밤낮 끄지 않고, 계속 기도했습니다.
물론 제 기도의 공로로 해결된 일은 아니었고, 제가 저질러 놓은 일이 완결이 안 되면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질 것을 염려했던 교우들의 기도로 끝맺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든 하나님께서 일하셨고 이루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는 하나님께 조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 알아서 해 주실 수 있는 분’이시지만, 기도로 인간의 뜻을 듣고 싶어 하십니다.
요즈음 저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있습니다. 치과를 아내와 함께 갔다가 돌아오는데, 제가 생선탕 집 앞을 지나오면서, “매운탕 국물로 요기합시다” 했더니, 아내가 “상처 난 잇몸으로 매운 걸 먹다가는 봉변 당하니, 집에 가서 죽을 먹자”고 했습니다. 매운 것 먹으며 얼마나 혼날 뻔했습니까? 이렇게 제가 입을 벌려 말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을 받게 되는 것임을, 압니다.
시편을 보면, 시편 속에 인간의 솔직한 감정이 기도문에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가령 28편 1절에 보면, “반석이신 나의 주님, 내가 주님께 부르짖으니, 귀를 막고 계시지 마십시오.”
또 79편 6절에 “주님을 알지 못하는 저 이방인들에게 주님의 진노하심을 쏟아 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저 나라들 위에 쏟아부어 주십시오.” 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이렇게 자기 속을 정직하게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는 것이 기도하는 태도인 것을 보여 줍니다.
주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인간이 사용하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신 것은 인간과 소통하고 싶으신 간절함이 있어서였습니다. 주일 날 예배나 식사시간에만 소통하고 싶어서 인간의 언어를 배우신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소통하고 싶으셔서,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한국말과 중국말 만달린도 배우신 것입니다.
<기도> 저희 인간과 사귀고 싶어하시는 하나님, 저희가 오늘도 종일 기도로 하나님과 사귀며 사는, 하나님의 사랑 받는 자녀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