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의 실토, ‘네, 제 탓입니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나서 1장 : 1)주님께서 아밋대의 아들 요나에게 말씀하셨다. 2)“너는 어서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그 성읍에 대고 외쳐라. 그들의 죄악이 내 앞에까지 이르렀다.” 3)그러나 요나는 주님의 낯을 피하여 스페인으로 도망가려고, 길을 떠나 욥바로 내려갔다. 마침 스페인으로 떠나는 배를 만나 뱃삯을 내고, 사람들과 함께 그 배를 탔다. 주님의 낯을 피하여 스페인으로 갈 셈이었다. …

4)주님께서 바다 위로 큰 바람을 보내시니, 바다에 태풍이 일어나서,배가 거의 부서지게 되었다. … 7)뱃사람들이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어서 제비를 뽑아서, 누구 때문에 이런 재앙이 우리에게 내리는지알아봅시다.” 그들이 제비를 뽑으니, 그 제비가 요나에게 떨어졌다.

8)그들이 요나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말하시오. 누구 때문에 이런 재앙이 우리에게 내렸소?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어디서 오는 길이오? 어느 나라 사람이오? 어떤 백성이오?” … 10)요나가 그들에게, 자기가 주님의 낯을 피하여 달아나고 있다고 말하니,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겁에 질려서 그에게 소리쳤다. “어쩌자고 당신은 이런 일을 하였소?” …

14)그들은 주님을 부르며 아뢰었다. “주님, 빕니다. 우리가 이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우리를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께서는 뜻하시는 대로 하시는 분이시니, 우리에게 살인죄를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 15) 그들은 요나를 들어서 바다에 던졌다. 폭풍이 일던 바다가 잔잔해졌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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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온 세계는 풍랑을 만난 배처럼 언제 이 소요가 그칠지 알 수 없는 힘든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전에 없던 전염병, 자연이변, 지진, 교역전쟁 등등. 요나가 탔던 배에서처럼, 이것이 누구의 죄 때문인가를 알아 보자고 제비를 뽑는다면, 누가 걸리게 될 것 같은가요?

제비를 뽑아 봐야 알겠지만, 추측컨대, 아마도 과학자도 아니고, 사업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기독교’ 가 걸릴 것으로 저는 봅니다.

제비 뽑은 결과가 하나님의 뜻과 일치했었다면, 그래서 요나를 뱃사람들이 바다에 던진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면, 요나가 죄인으로 지목 받기 전에, 먼저 던지울 대상은 실상 니느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회개하게 하고자, 요나를 니느웨로 보내시려고 했던 것입니다.

요나에게는 다만 불복종했던 죄가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나는 억울하다고 말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정죄받아야 할 자들은 니느웨 사람들이 아니냐고 항변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기독교가 ‘죄인’으로 지목 받는다면, 요나처럼 “내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대들고 싶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요나를 바다에 내치시듯, 교회들에게 죄를 묻고 싶으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회의 죄상을 꼽는다면, 첫째, 교회가 거룩함을 상실했다는 점입니다. 세속주의에 빠져,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은 점은 찾을 수가 없고, 오히려 세속사회를 닮은 점 뿐입니다. 다만 성장제일주의로 내달아서, 교회를 성장시키기만 하면 모든 잘못이 상쇄될 것이라 믿었는지, 성장에만 주력해 왔습니다.

둘째, 교회가 인본주의에 휩쓸려, 하나님의 의는 도외시해 왔습니다. 인간의 편의만 추구하지, 하나님의 뜻이 어떠한가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성결혼도 지지하고, 낙태도, 유전자 조작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교회입니까?

셋째,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라’ 고 하신 하나님의 지상명령이 교회의 최대과업이 되지 않은 지가 벌써 오래입니다. “무엇하러 선교사를 무슬림권에 파송하느냐? 그들의 신앙을 존중해 주어야지요. 공산권에 왜 선교사를 파송합니까? 그들이 평등 평화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애쓰지 않습니까?” 이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채택되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교회 아닙니까?

넷째, 교회는 수많은 분파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진리를 추구해서 교파가 나뉘었다기보다, 장악한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주님의 몸’인 교회를 몇 조각으로든 쪼개고 있는 것입니다. 소위 이단으로 규정 받은 무리들도, 시대 마다의 교회 현상을 개탄하면서, 기존 교회에 염증을 일으킨 천진한 이들을 유린하는 사교집단들입니다.

이상의 네 가지 교회의 죄악상만 생각해도, 하나님 앞에서 교회 때문에라도 세상을 그냥 둘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오히려 가벼운 벌입니다.

<기도> 코로나19라는 채찍을 드시고도, 하나님께서는 인간보다도 더 아픈 가슴을 안고 계실 줄 믿습니다. 저희 교회들이 죄인입니다. 주님, 회개합니다. 교회의 본 모습을 회복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주여, 돌이키사, 이 재앙에서 저희를 건져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거룩한 교회, 구원의 보루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가 되도록 다시 기회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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