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이 하나님의 자녀들을 기다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로마서 8장 18-22절 : “18)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9)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했지만, 그것은 자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하신 그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21)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22)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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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봄에 충북 수안보에서 새재를 넘어 문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이 서 있는 숲 길을 걷고 있는데, 소나무 등걸에 V자로 껍질이 깊이 파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나무마다 그런 상처가 있었습니다.

내력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옛날 왜정시대에, 일본 군수물자에 송진이 필요하다며 한국 송진이 질이 좋다고 그렇게 나무마다 상처를 내어 송진을 따 갔다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소나무도 임자를 잘못 만나면 저렇게 고생하는구나 하고..

월남전이 끝나고, 1973년 저는 베트남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밀림 이곳 저곳에 불탄 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도 네이팜 탄 공격을 받은 자리같이 보였습니다. 까만 재로 숲 사이 사이에 넓게 흉져 있었습니다.

파병을 했던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한국군이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겠다고 가서,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환경만 파괴하고, 수많은 인명만 살상하고 돌아왔으니, ‘하나님의 자녀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닌가 하고..

제 동료 성직자, 신도미닉(기호) 신부는 몽골에서 특별한 선교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속하여 책임자로 일하는 일터는 ‘그린 아시아’ 라고 하는 NGO단체입니다. 사막화되어가는 아시아에 푸른 숲을 가꾸자는 취지로 몽골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저도 한때 몽골의, 선교를 위해 세워진 어느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영어과 교수와 작별기념으로 징기스칸기념관에 갔다가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차가 한참 사막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막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길 가까운 쪽에 한 가정인 듯이 보이는 부부와 그들의 두 아이가 모래 바람을 맞으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하던 교수에게 차를 돌려서, 그 가족들을 좀 만나 보자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보니, 제 느낌이 맞았습니다. 신도미닉 신부의 일가족이 사막 한 벌판에 심어 놓은 나무들에다, 쓰러지지 말라고 보조대를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끝도 없는 이 일에, 어쩌자고 한 식구 다 대동하고 나왔느냐고 물으니, 그들은 그저 씩 웃었습니다.

그들의 작업에 의해서 몽골의 사막 몇 군데는, 지금 숲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으로 날아오는 황사도 그만큼 줄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가는 곳에는 이렇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명이 되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 봤쟈 소용없다” 며 처음에는 말리던 몽골 공무원들도, 이제는 국가적으로 이 일이 그들의 나라에 요긴한 일인 것을 깨닫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최근에 읽었습니다.

지구 곳곳에, 하나님의 자녀를 기다리는 피조물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북극 곰들도, 남극 펭귄들도, 아프리카 수인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들도, 무슬림 압제 하에 살고 있는 여성들도, 인도의 수많은 노숙자들도, 공산독재 치하에서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중국 13억 인구들도, 불 타 죽어가는 아마존 숲속의 아름드리 나무들도,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하나님의 자녀들임을 자부하는 저희로 하여금, 피조물들의 신음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 주시옵소서.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치유와 해방을 주는 자들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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