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 인생으로 사는 분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시편 94편 18-19절 : 18)주님, 내가 미끄러진다고 생각할 때에는, 주님의 사랑이 나를 붙듭니다. 19)내 마음이 번거로울 때에는, 주님의 위로가 나를 달래 줍니다. (새번역)

평소 우리들의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아마도 수저나, 문의 손잡이라고 생각되실 터이지만, 아마도 ‘슬라이더’ 라는 것이 사람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옷에 달려 있는, 지퍼에서 가장 요긴한 것이, 지퍼를 열고 잠글 때 올리고 내리는 부속이 있습니다. 그 옷깃을 여미는 부속을 ‘슬라이더’ 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슬라이더처럼 사람과 사람을 딱 맞는 인연으로 엮어서 하나님의 일을 꾸미는 인생을 살아 온 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 분은 초교파적으로, 초종단적으로 교도소선교를 40년 이상 해 온 ‘이클라라’ 라는 자매입니다.

제가 이 분을 만난 것은 그 분이 출석하는 한 교회의 목회 책임을 맡게 된 후부터입니다. 이 분이 저에게 수많은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난 분들이 다양하게 많았는데, 미용계의 대부 박모씨, 드라마작가 박모씨, 한때 디자인계를 주름잡던 유모씨, 박모씨를 비롯해서 재소자, 출소자, 환자, 목사, 교수, 의사, 심지어 대기업의 회장 집안 사람들까지 만났습니다.

만약 제가 하나님의 일에 유능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큰 일을 엮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클라라 자매는 지금도 제게 사람들을 만나도록 인도합니다.

그가 엮어낸 사람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재소자나 출소자들을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로 초대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사람들을 가장 요긴한 일에 동원해 내는 엄청난 은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람을 보면서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이 분이 사람을 볼 때면, ‘누구와 연합하면, 하나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을까’ 를 기도하면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제시하시고, 그래서 그들을 만나게 하십니다. 그 자매는 그들의 만남에서 어떻게 하나님이 일하실까를 하나님께 여쭙고 있겠지요.

어느 해 ‘슬라이더 클라라’ 자매로부터 성탄카드를 받았습니다. 큼직한 봉투를 여니까, 마른 플라타나스 잎사귀였는데, 흰 유성잉크로 성구를 써서 코팅을 했습니다. 내용은 오늘의 본문이었습니다.

“주님, 내가 미끄러진다고 생각할 때에는, 주님의 사랑이 나를 붙듭니다. 내 마음이 번거로울 때에는, 주님의 위로가 나를 달래 줍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저 밟고 지나다니는 가로수 잎사귀를, 그 자매는 밟지 않고, 주워서, 낙엽의 가장 요긴한 사용처를 찾아낸 겁니다. 그래서 제게 필요한 성구를 써서 그해 성탄에 보내 주었습니다. 지금도 제 책상 머리에서 그 잎사귀 위에 쓴 성구가 저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저를 붙드실 것이라고.

<기도> 주 하나님 감사합니다. 쓸 모 없는 저 같은 사람을, 하나님의 요긴한 일에 쓰일 수 없을까를 관심하는 사람을 곁에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저도 ‘슬라이더’ 처럼 사용되는 인생으로 살도록, 성령님이여, 인도하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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