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거든 용서해 주어라”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17장 3-4절 : 3)”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믿음의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 주어라. 4)그가 네게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서 ‘회개하오’ 하면, 너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 (새번역)

* * * *

죤은 소학교 3학년 어린이였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오랜 투병을 하던 끝에 그만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죤은 즐거운 날이 없었습니다. 집안 어디를 봐도 어머니의 얼굴이 금방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우체국에 근무하시는 아버지는 죤을 위해서 젊은 머슴 한 사람을 채용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톰이었습니다. 톰 아저씨는 주방 일을 비롯해서, 집안 살림을 모두 도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톰 아저씨는 늘 일이 바빴으며, 죤은 어린이여서 서로는 그리 나눌 말이 없었습니다.

죤이 학교를 다녀 와서, 너무도 심심해서 고무 새총을 들고 뜰로 나갔습니다. 이리 저리 새총에다 돌멩이를 끼워서 날렸습니다. 참새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와 나무에 앉는 것을 본 죤은 재빨리 참새를 향해 쏘았습니다. 그런데 새는 맞지 않고, 돌멩이가 날아가 죤의 집 뒤편 유리창을 깼습니다.

죤은 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퇴근하셔서, 깨진 창문을 보시게 되면, 야단치실 것이 겁났습니다. 그래서 얼른 깨진 유리를 모두 주어 안 보이게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집으로 들어와 톰 아저씨를 보니, 아무 말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저씨가 그 일을 모르는가보다 하고 안심했습니다.

저녁이 되어, 아버지는 퇴근을 하셨고, 죤은 아버지와 둘이서 조용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잠을 깬 죤은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려서, 아버지께서 출근을 하신 이후에야 자기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혼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톰 아저씨가 죤을 불렀습니다. 학교 다녀 오는 길에 상점에서 뭘 좀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죤은, 그런 거는 아저씨가 할 일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좀 해” 하고 호령조로 말했습니다. “못 해요” 라고 죤이 말하니까, 톰 아저씨는 “그럼… 창문 깬 것 아버지에게 일러도 돼?” 라고 겁을 주었습니다.

죤은 그날 돌아오는 길에 톰 아저씨가 시킨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날 저녁도 아버지와 함께 마주 앉아 식사를 했지만, 아버지와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다행히도 톰 아저씨는 입을 다물어 줘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하루를 지낼 수가 있었습니다.

이튿날도 죤이 학교로 가려 하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톰 아저씨가 죤을 불러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또 그 날의 과제를 주었습니다. 그 날은 아예, 집에 돌아와 물 긷는 일을 시켰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죤은 할 수 없이 톰의 명령을 따랐지만, 고통스러웠습니다.

죤은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저 학교에 다녀 오면, 톰 아저씨의 심부름을 하고, 마치 ‘아이 머슴’처럼 지내게 되었습니다.

죤은 더 견딜 수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고 야단을 맞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은 채, 신문을 읽고 계신 아버지 앞으로 죤은 다가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신문을 손에 든 채로, 앉아 계셨습니다. “제가 전에 뒷창문을 하나 깼어요.” 아버지는 신문을 식탁에 놓고서, 아주 환한 얼굴로 죤의 얼굴을 바라보셨습니다. 화 나신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잘못 했어요.” 죤은 긴장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래, 내일 사람 불러다가 유리를 끼우면 돼. 난 벌써 알고 있었어. 네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시면서 아버지는 죤을 꼬옥 안아 주셨습니다.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아버지와 즐겁게 나눈 죤은 아버지가 출근을 하실 때에, 그날은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도 학교에 가려는데, 톰 아저씨가 죤을 불러 세웠습니다. “죤, 너 오늘 돌아와서…” 뭔가를 시키려고 하고 있을 때에, 죤은 톰 아저씨에게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아저씨, 이젠 제가 그런 심부름 안 해도 돼요. 제가 아버지께 모두 말씀 드렸고, 용서 받았어요.”

<기도> 십자가 앞에 엎디어, 나 회개하오니, 내 죄를 용서하시고, 새 생명 주소서. 주님의 흘린 보혈이 내 죄를 속하니, 나 이제 충성 다하여 주님만 섬기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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