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하늘과 새 땅’에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이사야서 65장 17 … 25절 : 17)”보아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18)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 19)예루살렘은 나의 기쁨이 되고, 거기에 사는 백성은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니, 그 안에서 다시는 울음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20)거기에는 몇 날 살지 못하고 죽는 아이가 없을 것이며,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백 살에 죽는 사람을 젊은이라고 할 것이며, 백 살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저주받은 자로 여길 것이다.

21)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

23)그들은 헛되이 수고하지 않으며, 그들이 낳은 자식은 재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주님께 복 받은 자손이며, 그들의 자손도 그들과 같이 복을 받을 것이다. …

25)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시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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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한 위대한 환상을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이사야서 65장의 환상입니다. 특별히 25절 이하의 환상은 정말 십대의 저를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 이라니! 이 비전을 시로 읽을까요, 아니면, 진정 실현될 이상으로 믿을까요?

이것을 인류의 영원한 비전으로 바라보시던 분이 그리스도이셨고,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이상을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저는 서양 화가들 중에 19세기 낭만파 화가로 알려진 ‘앙리 루소’ 를 좋아합니다. 그의 그림들은 대부분 이사야서 65장의 환상을 그림의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 평화스럽게 풀을 뜯고 있는 맹수들을 포함한 뱀과 짐승 떼, 그리고 아무 가식을 걸치지 않은 순수한 인간을 그려 넣었습니다. 평화를 맛보게 합니다.

작곡가 가운데, 제 동생을 제외하고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막스 브루흐’ 입니다. 그의 ‘스코티쉬 환타지’ 는 제 빈소에서, 죽어 있는 저에 귀에 조용히 들려 주기를 바라는 음악입니다.

스코트인들은 본래 브리튼 섬의 주인이었지만, 침략자 앵글로색슨족을 피하여, 나중엔 신앙의 자유를 보전하려고 북부 브리튼 산악지대에 머물러 사는 민족입니다. 바로 그들이, 나중에 목숨을 걸고, 신대륙의 환상을 바라보며 아메리카로 떠났던 청교도들의 선조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민족음악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만든 것이 이 환상곡입니다. 이 곡을, 역시 나그네 민족인 유대인 ‘얏샤 하이페츠’의 연주로 듣는 것이 제 생애의 최고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평화의 땅에 대한 환상 가운데 가장 극치는 아마도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일 것입니다. 이 세상을 신앙-양심으로 살다가, 그 자세를 굽히지 않고, 단두대로 늠름히 걸어 올라갔던 ‘성자’ 토마스 모어가, 법률가로서 엉뚱하게도 ‘이상향’ 유토피아를 설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어의 친구였던 네덜란드의 사상가 에라스무스는, 모어가 ‘유토피아’를 쓴 목적에 대해 언급하기를, “영국이라는 국가가 저지르는 악이 어디서 오는가를 밝히기 위함이었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유토피아’의 내용 속에서 토마스 모어는 이상향이 될 조건을 열거하기를, 식민지 침략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임금이 있어야 할 것, 대지주로서 부를 독점하고 있는 대주교와 주교들의 횡포가 없어야 할 것, 노동력 착취가 없어야 할 것,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먹으며 살아가는, 평화롭고 즐거운 세상이어야 할 것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아, “백 살을 사는 세상” (20절) 아니더라도, 이 코로나19의 장막이 걷한 세상을 살 수 있었으면…! “사자가 풀을 뜯는 세상” (25절) 아니더라도, 부정-부패가, 그리고 부정선거가, 또 그릇된 이념과의 갈등이 저 같은 민초들을 위협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 보았으면…!

진정 이사야서 65장의 이상이, 우리를 마취시켜 이끌고 가는 환상이 아니기를, 진실로 하나님께서 완성하실 실제이기를, 하나님의 완벽한 설계이기를, 사후에 하나님의 나라에서 우리가 보게 될 분명한 이상이기를 바랍니다.

<기도> 주 하나님, 하나님의 새 하늘과 새 땅의 설계를 이제 여기에 이루어 주시옵소서. 현실이 되게 하옵소서. 환상이 아니라, 신기루가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이루어 주시고야 말 하나님의 약속인 줄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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