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간이 관광의 장소가 아니지요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2장 8-20절 : 8)그 근방 들에는 목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떼를 지키고 있었다. 9)그런데 주님의 영광의 빛이 그들에게 두루 비치면서 주님의 천사가 나타났다. 목자들이 겁에 질려 떠는 것을 보고 10)천사는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 11)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 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12)너희는 한 갓난 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 보는 표이다” 하고 말하였다.

13)이 때에 갑자기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그 천사와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14)“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15)천사들이 목자들을 떠나 하늘로 돌아 간 뒤에 목자들은 서로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사실을 보자” 하면서 16)곧 달려 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과연 그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17)아기를 본 목자들이 사람들에게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이야기하였더니 18)목자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일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19)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20)목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보고 한 것이 천사들에게 들은 바와 같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돌아 갔다.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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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적인 교회들은 성탄절에 교회 한 켠에 마구간을 만들어 탄생하신 예수님을 실감나게 경험하게 합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실물 사이즈에 가까운 마구간을 제작하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간단한 모습으로 만듭니다.

일반 개신교의 대부분의 교회들은 개혁주의자들의 정신을 따라, 그런 형상 만드는 일을 안 하기도 합니다.

저는 장로교 집안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오랜 동안 그런 형상 없이 성탄을 맞이했고, 예전적 교회에 들어와서는 성가족을 문안하는 경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모양으로 기념했든지 간에, 지난 80년 세월 동안, 이렇게 저렇게 성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한 해를 지나면 또 다시 베들레헴 마구간을 들여다 보며 성탄을 기념하기를 거듭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일을 반복하게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전에 없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마구간 경배만 끝나면 저의 성탄행사가 모두 끝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자들처럼 달려와, 갓 태어난 핏덩이 아기를 들여다 보고, 아기의 부모에게 목례를 하며, 마구간 안에 우두커니 밤잠을 설치고 있는 가축들을 기웃거리다가, 관광단처럼 집으로 돌아가고 성탄절 행사를 끝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마구간에서부터 이어지는 예수님의 성장기가 있은 후, 예수님의 공생애로 이어졌고, 공생애 말미에 예수님은 수난을 당하시고, 죽으셨고, 부활하셨고, 승천하셨습니다. 이것이 본론입니다. 죄악세상과 맞대결하셨고, 종내 진리의 빛으로 암흑한 이 세상을 이겨내신 일까지 관심있게 따라다니며 보지 못했다면, 목자들의 행각은 헛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성탄일 이 아침에, 저의 남은 생애에서 다만 몇 날이라도,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빛의 자녀로 살기로 기도합니다.

다만 몇 날이라도 사람들에게, 생명 주시는 예수님을 알리는 삶을 살기로 다시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기도> (가난한 어머니, 가난한 여인, 한 아기를 낳았으나, 누일 곳이 없어서, 말구유에 뉘셨네, 흰 강보로 싸서, 말구유에 뉘셨네, 말구유에 뉘셨네.) 주 하나님, 지금도 제 마음이, 차겁고 스산한 말구유로 주님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옵소서. 따뜻한 제 가슴으로 주님을 영접하게 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말구유 관광’ 을 벗어나서, 예수님께서 세상 속에서 걸어가신 발자취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이를 본받아 살기를 소원합니다. 주님, 제 삶의 중심에 임하여 사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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