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도 로마제국도 감당치 못한 바울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갈라디아서 1장 11-12절, 2장 20절 : 형제자매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밝혀 드립니다.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 복음은, 내가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요, 배운 것도 아니요,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으로 받은 것입니다. …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살고 있는 삶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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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바울(사울)을 만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문서에도 입증할 자료가 없습니다. 다만 심증으로 판단하기에는 바울은 예수님에 관한 소문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원근에서 예수님을 바라본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드나드실 때마다, 대제사장을 비롯한 예루살렘의 권세자들의 입에서 ‘나사렛 예수’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 당시에 바울은 예루살렘에 살고 있었으며, 또한 대단히 촉망 받는 엘리트 청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초대교회가 생성되던 때(주후 35년)에, 그가 아직 어떤 지위에 있지 않으면서도, 대제사장의 특임을 받아(행9:1-2), 모든 기독교인들을 색출해서 처형함으로써, 이 신흥집단(?)을 뿌리뽑을 사명을 맡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했던 일이었다고 보입니다.

이랬던 바울이, 대제사장의 하속들과 함께, 도망쳐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러 다메섹으로 서둘러 가던 길에서, 한 사건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예수님과의 조우였습니다.

이미 십자가에 돌아가신 나사렛 예수가, 그리스도인들이 부활하셨다고 주장하는 나사렛 예수가, 이미 몸으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하셨다고 말하는 그 예수가, 자기가 다메섹으로 가는 길 앞에 나타나신 것입니다. 더구나 말씀하시기를,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 하신 것입니다.

너무도 환한 빛으로 나타나신 예수를 바라보느라고 잠시동안 그의 시력을 잃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일행의 도움을 받아 다메섹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이로운 예수님과의 조우 이후에는 바울의 생각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러 간 바울이, 그곳의 그리스도인들을 만나서, 자신이 만난 예수님에 관해 증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나니아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도인의 회중에 인도되었고(행9:10-19),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예수님의 제자들과 더불어 복음증거자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공부한 유대교의 사상체계는 완전히 부서지고, 나사렛 예수가 그리스도(‘메시아’, 구세주)임을 증거하는 일로, 지난 2천년을 지탱해온 대신학자로 서게 되었습니다.

유대교 신앙이 율법준수의 신앙이라면, 바울이 깨닫게 된 것은 하나님은 율법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분이 아니고, ‘믿음으로만’ 하나님께서 내 하나님이 되시며, 내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진리를 선포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예수 그리스도’ 신앙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사는 것인지를 바울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살고 있는 삶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의 신앙이 되었고, 그의 인생관이 되었고, 그가 전한 복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살던 바울을 세상 누구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잘났다던 예루살렘의 권세자들도, 온 세계를 무력으로 장악한 로마제국도, 바울의 신앙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신앙의 계보에서 우리 모두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사도 바울의 회심을 우리가 다 함께 기억하면서, 그의 회심이 우리에게서도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날입니다.

<기도> 주 하나님, 사도 바울을 저희에게 주셔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신 구원의 역사를 올바로 깨달을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신앙의 이론으로 만이 아니라, 신앙의 본으로 바울을 배우게 해 주시옵소서. 바울의 헌신, 바울의 열정, 바울의 실천력을 본받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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