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요한복음 12장 23-25절 : 23)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24)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25)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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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초기 ‘교부시대’에 터툴리안(160년경 – 225년경)이라는 이름난 설교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그리스도인의 피는 씨앗이다” 라고 말한 일이 있어서, 열띤 논쟁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한권으로 배우는 신학교, T. 예이츠, p.479) 아무리 순교자들의 피가 고귀하다 해도, “교회의 씨앗이라 말할 수는 없다” 는 것이 반론의 이유였습니다. 교회의 씨앗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피요, 그리스도의 복음이지 않으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피로 대속함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품고 일생을 살았거나, 또는 복음 때문에 생명을 바침으로써, 이 세상에 복음의 씨가 뿌려졌다면, 오늘의 본문의 말씀대로 “밀알이 죽어 열매를 맺은” 결과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베드로가 일생 갈릴리호수에서 물고기를 낚다가 죽었다거나, 바울이 유대교 전통을 위하여 평생 살다가 죽었다면, 그들이 세상에 자신의 후손은 남겼을망정 ‘열매’를 남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분은 복음을 믿었고, 복음전파를 위하여 일생을 살았고, 복음을 위하여 두 분 모두 로마에서 순교를 당함으로, 그들 가슴 속에 간직했던 복음과 함께 영원히 교회에 살아 있게 된 것입니다.
교회의 핍박은 주님께서 돌아가신 후로, 약 3백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로마의 황제들은 마치 기독교를 핍박하기 위해 태어난 자들처럼 철저히 기독교를 박해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진 박해 속에서도 교회는 점점 더 정제되어, 순결한 복음으로 무장되어 갔습니다.
3백 년에 걸친 박해 속에서 어떻게 기독교가 살아남을 수가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기독교사 학자인 아돌프 폰 하낙(1851-1930) 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사회가 돌보지 않았던 병자와 과부들을 돌보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활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조직적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심지어 노예들까지 돌보는 일을 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같은 책, p.481)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 사랑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의 진정한 힘은, 사회복지를 위한 교회의 조직력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민을 구원하시기 위해 달려 돌아가신 십자가 위에서의 대속이,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사신 부활의 사건이, 승천하시면서 산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다시 오시마고 예수님께서 남기신 약속이, 세상은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생명력이요, 기독교의 신앙의 동력인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이며, 이것이 전도여서, 이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그 열매가 많을 줄을 우리가 믿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 위에서 죽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함으로, 영생에 이르는 열매들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