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6일 – 남을 용서하면, 나도 용서 받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6장 12, 14-15절 : 12)“…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 ”

14)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해 주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 15)그러나 너희가 남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

* * * *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피난민학교 근처에 얼굴이 햇볕에 몹시 그을은 낯선 아이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학교 아이는 아니었는데, 우리 운동장에 자주 와서 놀곤 했습니다. 군것질 거리를 가지고 와서는 이 아이 저 아이에게 나눠 줬습니다. 기분은 찜찜했지만, 군것질 거리가 퍽 궁금하던 시절이어서, 오징어 다리, 엿 조각을 내밀면 주저 없이 받아 먹곤 했습니다.

그렇게 지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 전원을 한 장소에 모았습니다. 학생이라야 모두 1백명 남짓 했습니다. 한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경찰서로부터 중대한 연락이 왔는데, 한 어린이 좀도둑을 체포했답니다. 그와 공범인 도둑들이 우리 학교에도 있으니, 그들을 체포하는 일에 좀 협조해 달라는 부탁이었답니다.

그러면서, 체포한 좀도둑의 이름을 말해 주는데, 우리 학생들은 그의 이름도 잘 몰랐던, 바로 얼굴이 그을은 그 어린이였습니다. 만약 그 어린이에게 뭘 얻어먹은 적이 있다면 그와 동조한 범인들이니까, 손을 들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열 댓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저도 그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이 사람들은 오후에 경찰서에서 다시 연락이 올 터인데, 만약 경찰서로 오라고 하면 가야 한다면서, 점심시간 이후에 다시 모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큰 일이 난 겁니다. 그가, 훔친 돈으로 사 준 것을 우리가 먹었다면, 먹은 것도 죄란 말인가, 훔친 돈으로 산 것인 줄 몰랐대도 동조자인가, 우리 말고도 함께 먹은 사람이 더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법이, 나도 범인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하면서 저는 가슴이 쿵쿵 뛰었습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온 몸이 움추러들었습니다. 그러니 점심 먹을 기운도 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저의 집으로 와서, 그저 몇 술 뜨는 정도 하다가, 다시 학교로 갔습니다.

자꾸만 감옥에 들어가 앉아 있는 저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걱정하는 저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사내아이가 원망스럽게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오후에 교무실 앞에 다시 모인 열 댓 명의 아이들은 사색이 다 되어 가지고, 줄을 지어 서서, 분부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 만에야, 선생님이 나오셔서,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경찰서장이 자기 대신 너희들에게 주의를 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 하셨다” 면서 다음 날까지 반성문을 하나씩 제출하라 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놀라게 기뻐,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반성문을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그 일을 잊지 못합니다. 남이 준다고 받아 먹는 일은 없을 것을, 마음 속 깊이 다지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리고는 남이 내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뜸 들이지 않고, 재빨리 용서를 해 주곤 합니다. 제가 한 나절 떨던 일을 생각해서, 남의 잘못을 빨리 풀어 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삽니다.

기독교는 용서의 종교입니다. 사랑은 용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신 이유는 용서였습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크신 용서를 알리는 일입니다. 용서의 은덕을 입은 이들의 할 일은, 먼저 용서입니다. 많이 용서하며 삽시다. 그렇게 해서 많이, 남김없이 용서 받도록 하십시다.

<기도> 용서의 아버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는 저를, 지금껏 하나님 앞에 서게 하신 하나님, 저도 세상 사는 동안, 저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철저히 용서하며 살게 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저도 남김없이 용서 받으며 살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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